'2차회동' 성사 불투명..당 내홍 격화 조짐

정동영(DY) 전 통일부장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하고 22일 귀국한 뒤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원로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 출마의 양해를 구하며 원군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성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은 탓이다.

DJ가 24일 회동에서 "일부에서 (공천배제시) 무소속 출마니 분당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당을 깨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됐다.

이튿날 만난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당이 어려운 만큼 어떤 경우라도 내부 갈등이 표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갈등은 안된다"고 했고,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도 "어떻게든 무소속 출마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국의 승부처인 4.29 재보선을 앞두고 "당을 먼저 생각하라"는 원론적 메시지였다.

하지만 호의적 반응을 기대했던 정 전 장관측으로서는 내심 실망한 눈치다.

공천 배제시 '무소속 출마'의 퇴로를 막는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들이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한 원로 인사는 정 전 장관에게 '통 큰 결단'을 내리라고 주문했으며 이에 정 전 장관은 복잡한 심경을 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 전 장관은 26일에도 박상천 전 대표, 박주선 의원 등과 회동하고 조언을 듣는다.

박 전 대표는 정 전 장관의 출마를 막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으나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대표와 DY 두 사람이 만나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 전 장관 자신은 전주 덕진 출마의 '외길'을 고수하고 있다고 주변 인사들은 전했다.

본인의 출마 각오가 완강한데다 원로들의 조언이 정 전 장관은 물론 당도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는 풀이에서다.

정 전 장관과 가까운 최규식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끝내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밖에 없다"며 "이대로 주저앉으라는 것은 정치적 사망선언을 하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원로인사도 통화에서 "DY를 만나보니 그의 결심은 이미 '강을 건넌 것 같더라"며 덕진 공천배제시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를 점쳤다.

당 60세 이상 의원 모임인 시니어모임 간사인 김성순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집단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는 것"이라며 " DY가 인천 부평을에 출마하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 지도부는 원로들의 조언을 반기며 정 전 장관의 '결단'을 거세게 압박하는 모양이다.

당초 주말께로 예정됐던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의 2차 회동도 무산시킬 수 있다는 분위기다.

정 전 장관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정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사정 정국과 미디어악법 등으로 민주주의의 질서가 후퇴하고 있는데 DY 문제로 지지부진하면 좋지않다"며 "DY의 결단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DY를 설득하는 단계는 지났으며 DY가 상황을 보고 결심하는 단계"라며 "정 전 장관에게 공천을 줄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잠정 약속된 2차 회동도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