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전략동맹에 '오바마 코드' 접목 가능성 주목

내달 2일 런던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취임이후 처음 열리는 정상 간 만남인만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발전방향을 조율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양국은 오바마 정권 출범이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한이나 정상간 전화통화 등을 통해 한미동맹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자는 의지를 다졌지만 정상간 만남을 통해 이를 공식화하는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가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된 시점에서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호흡의 일치'를 과시하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상징성이 있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5일 "그동안의 한.미 협의는 이번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기위한 준비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면서 "이번 회담에서는 그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미동맹 발전방향의 큰 틀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정상이 제시할 한미동맹의 미래상은 작년에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합의했던 `21세기 전략동맹'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1세기 전략동맹'은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동북아에 국한됐던 동맹의 폭을 넓혀 새로운 안보환경에 대비하고 기후변화, 에너지.자원, 빈곤, 국제 금융위기 등 다양한 이슈에 있어 협력하자는 것이다.

다만 부시 통치 8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과의 전략동맹 과제를 실천하는데 있어 '오바마 코드'를 가미할 가능성은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외교채널을 가동해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주요 과제별 논의 방향을 폭넓게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물론 이번 정상회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다뤄야 할 양국관계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문제라는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한.미는 연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상간 상호 방문을 계기로 `21세기 전략동맹'을 구체화한 `한미동맹 미래비전 선언'을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이 어떠한 동맹 관계를 지향할 것인지에 대한 흐름을 타진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북핵 현안은 물론 동아시아 질서, 글로벌 이슈에 대한 향후 입장 조율방향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적인 동맹 이슈는 이번이 첫 정상간 만남인데다 시간도 넉넉치않아 자세하게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민감한 이슈중 하나였던 주한미군 기지의 환경오염 치유문제도 최근 `공동환경평가절차서' 채택으로 일단락 지어졌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등도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의 청문회 등을 통해 기존의 합의사항을 변함없이 추진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오바마 정부가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아프간 재건 지원 문제도 회담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지만 원론적인 차원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측이 아프간 민간재건팀(PRT) 확대 방침을 설명하고 미국측은 이에 사의를 표명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당국자는 "미국도 우리가 아프간 파병은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의 취지를 감안하면 구체적 현안에 대한 논의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