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24일 "금융감독 당국의 은행 경영 평가를 통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를 적극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이미 대출금리를 낮췄고 고통 분담 조치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은행이 동네북이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임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은행권은 아무나 허가해주지 않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울 때 고통 분담을 솔선수범해야 할 대표적인 곳인데도 여전히 경영 혁신에 인색하다"며 "직원 1인당 한 해에 억대 인건비를 지출하는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은행일 경우 양해각서(MOU) 등 경영협약 체결에 (대출금리 인하 성과를) 반드시 반영해 상응하는 조치를 가하도록 금융감독원에 적극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의장은 "SC제일은행 씨티은행 국민은행 등 세 곳의 직원 1인당 임금 복리후생비 퇴직금 등 인건비가 1억3000만원에서 1억4000만원 수준"이라며 "그런 비용을 유지하면서 불황기에 대출금리를 높게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행에서는 금리를 낮춰 싼 금리로 시중은행에 자금을 조달하지만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는 아주 비정상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 가계대출 금리가 기존 대출자의 경우 이미 연 3%대,신규 대출자는 연 5%대까지 떨어졌고 기업 대출금리도 담보 유무와 신용위험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현재로서는 고금리로 조달한 자금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더 낮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타 업종에 비해 은행의 임금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초부터 초임 삭감이나 일자리 나누기,인턴 채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노사 합의가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은행 노사는 지난 18일 산별중앙교섭회의를 열었으나 노조 측이 "신입사원의 경우 1년 동안은 급여를 20% 삭감하겠지만 기존 직원은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나왔고 이에 대해 금융 공기업 경영진이 "실질적인 임금 하향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경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됐다.

은행의 한 젊은 직원은 "이래저래 비난이 은행들에만 쏟아지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은 왜 세비를 낮춰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준혁/정재형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