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민생안정과 일자리, 경기부양을 위한 '슈퍼' 추가경정예산을 짜면서 국가재정에는 적신호가 들어왔다.

국가채무 366조9천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대상수지 -5.4%로 재정에 큰 구멍이 생기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런 대규모 추경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맞아 즉각적인 회생처방이 없을 경우 나라 경제가 아예 쓰러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이 쏟아지는 국채 물량을 제대로 소화할수 있을지가 미지수이며 중장기적으로는 눈덩이 적자재정에 따른 후유증 극복이 최대과제가 될 전망이다.

◇ 재원 76%를 국채로..적자국채 36조9천억원
이번 추경예산의 재원은 세계잉여금 2조1천억원, 기금 여유자금 3조3천억원, 기금차입금 1조5천억원, 국고채 22조원으로 구성됐다.

전체 28조9천억원 가운데 국채가 76%를 차지하는 것이다.

기금 여유자금은 고용보험기금에서 2조1천억원, 공공자금관리기금 1조원, 임금채권보장기금에서 700억원 등을 끌어오고 기금 차입금은 중소기업창업진흥기금의 채권발행으로 조달한다.

국고채는 22조원이지만 실제 발행규모는 16조9천억원이다.

여기서 5조1천억원은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한도에서 당겨쓴다.

올해 외평채 발행한도가 외화 표시 채권을 빼면 총 14조원인데 이 한도를 5조1천억원만큼 적게 쓴다는 얘기다.

그래도 적자국채 발행물량은 19조7천억원에서 17조2천억원이 추가되면서 올해 모두 36조9천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올해 국고채 발행한도는 기존 74조3천억원이던 것이 91조원을 웃돌게 됐다.

지난해 총 발행액인 52조1천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국채시장에서 이들 물량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번에 많은 물량이 풀리면서 자칫 금리가 오르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정부는 5년이하 단기물 비중을 8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대규모 추경이 예고됐는데도 국채시장에 큰 동요가 없는 것을 보면 소화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9일 "추경을 위한 국채를 발행해도 상당부분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에 최종대부자로서의 역할을 요청할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애초 재원으로 거론됐던 한은 잉여금 1조5천억원과 공기업 매각대금은 이번에 빠졌다.

공기업 매각대금은 시장 악화로 당장 팔 만한 곳이 없다는 측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한은 잉여금까지 빠진 것을 보면 혹시 있을지 모르는 2차 추경을 대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 나랏빚 367조..GDP 대비 38.5%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나랏빚은 366조9천억원(GDP 대비 38.5%)으로 늘어난다.

작년의 308조3천억원(32.5%)에서 58조6천억원, 당초 예산안의 349조7천억원(34.1%)보다는 17조2천억원이 각각 늘어난 규모다.

국가채무 규모는 2002년 133조6천억원(19.5%), 2003년 165조7천억원(22.9%), 2004년 203조1천억원(26.1%), 2005년 248조원(30.6%), 2006년 282조8천억원(33.4%), 2007년 298조9천억원(33.2%) 등으로 증가해왔다.

2003년 이후 6년만에 2배 이상으로 불어나게 된 것이다.

관리대상수지도 올해는 51조6천억원(GDP 대비 -5.4%) 적자로 작년의 16조6천억원(-1.7%) 적자에서 적자폭이 커진다.

특히 GDP 대비 관리대상 수지 비중은 지금까지 최악으로 알려진 1998년의 -5.1%보다 나빠지게 된다.

정부는 다만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38.5%가 미국 62.8%, 일본 170.3%, 영국 65.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5.4% 등보다 양호하고 우리의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인 -2.4%도 미국 -12%, 일본 -7.1%, 영국 -7.2%, OECD 평균 -6.2%보다 상대적으로 건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윤증현 장관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세출구조조정 등을 적극 추진해 위기극복 이후에는 국가채무수준이 안정적 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제가 회복되면 재정을 빠듯하게 운용해 부채를 줄여나가겠다는 뜻이다.

애초 정부가 제시한 안정적 범위는 30% 초반대였다.

이용걸 재정부 2차관은 국가채무 마지노선에 대해 "마지노선이라 할 만한 것은 없으며 최대한 늘리지 않도록 하겠다"며 "정책은 선택인데 지금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 지방재정도 피멍..정부가 지방채 5조 인수
국가채무에는 지방채무도 포함돼 있지만 2007년 기준으로 지방정부 순채무는 9조8천억원 수준으로 미미하다.

하지만 올해는 지방재정도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내국세의 20%와 19.24%가 각각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교부세로 나가지만 올해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세 등 국세가 11조4천억원 줄어들면서 각각 2조3천억원과 2조2천억원이 감액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방세의 근간인 취.등록세마저 경기 악화로 줄어든데다 지방으로 가던 종합부동산세마저 줄면서 지방재정의 고통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교부세 감액분 4조5천억원을 포함해 5조3천억원의 지방채를 인수해 주기로 했다.

이는 5년거치 10년 분할 상환의 조건이기는 하지만 지방정부의 빚이 늘어나는 것이어서 지방재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