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청과 전남 해남군청 등에서 최근 잇달아 벌어진 복지예산 횡령사건을 막기 위한 긴급 처방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예산집행 실명제와 횡령액 2배 추징 방안을 제시했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예산집행실명제란 중앙정부의 복지예산이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가 실제 쓰여지는 단계까지 관련된 공무원들의 실명을 기록해 두는 제도다. 마치 한우에 바코드를 붙여 송아지 출산에서 도축까지 이력을 기록하듯 복지예산에 꼬리표를 달아 이 돈을 만진 공무원들의 리스트를 확보하겠다는 얘기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금도 모든 행정행위는 문서로 남기도록 돼 있기 때문에 만약 횡령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감사를 통해 책임자를 색출할 수는 있지만 사후약방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가 교부금을 받아간 단계에서부터 결제와 실제 집행에 이르기까지 관여한 실무자를 모두 실명 공개토록 함으로써 사전에 비리를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특히 돈을 내려 보내는 중앙 정부와 실제 예산을 집행하는 지자체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겨 감시체계의 사각지대가 생긴 점을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 실명제가 도입되면 무수히 많은 복지 지원금 항목마다 배분을 결정한 공무원이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효율적인 감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실명제를 하는 데도 횡령을 시도하는 '간 큰' 공무원이 적발되면 정부는 가로챈 금액의 2배를 추징할 방침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등에서 뇌물 수수시 수뢰액의 2~5배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것을 참고해 복지예산 횡령의 경우에도 부당이익을 환수함과 동시에 벌금까지 부과해 2배 추징 효과를 낸다는 복안이다.

한편 정부는 복지예산 횡령 문제를 완전히 뿌리 뽑으려면 장기적으로는 통합 복지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생계 자활 보육 등 여러 분야로 나뉘어 국민과 집행 공무원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복잡한 복지서비스를 올 하반기까지 완전히 통합할 방침이다. 중복 또는 부당 수혜자가 줄어들고 공무원의 부정 개입 가능성도 작아진다는 것이다.

차기현/서욱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