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23일 고향인 전북 순창의 선영 성묘를 시작으로 귀국 후 행보를 본격화했다.

전날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회를 방문한 뒤 밤늦게 전주로 내려와 덕진 지지자들과 대면식을 했던 정 전 장관은 이날 순창 구림면 일대 고향 어른들에게 인사하고 부모의 묘소를 찾아 정치를 새롭게 재개하는 마음을 다잡았다.

정 전 장관측 인사는 "중요한 결단의 순간마다 선영을 참배했다"며 "가장 낮은 자세로 정치를 다시 시작하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잠을 잘 잤고 아침에 일어나 가벼운 산책도 했다"며 "마음이 무겁고 했는데 고향에 오니까 마음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전날 심야에 모친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순창의 소암자인 `만일사'로 이동해 부인 민혜경씨와 1박했다.

이 암자는 무학대사가 만일 간 기도 끝에 태조 이성계를 왕으로 만든 곳이다.

정 전 장관은 오후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금산사 송월주 스님과 이병호 천주교 전주교구장 주교를 예방한 뒤 전주 지역 원로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정 전 장관측은 "종교 지도자 두 분은 평소 잘 알면서 가깝게 지내온 분들"이라며 "지혜를 구하고 인생의 가르침을 받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의 지역 행보는 전주 덕진 출마에 부정적 입장인 당 지도부를 의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당내에서 `마이웨이식 행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음에도 곧바로 전주로 내려온 것은 당내 논란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도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 전 장관은 전주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정치를 재개한다는 뜻을 담아 자신이 초.재선 시절 사용했던 곳과 같은 건물에 선거사무실을 마련했다.

한 측근은 "현재로선 전주 덕진 공천을 받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어떻게 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않고 있다"며 "지역에서도 출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데다 정세균 대표를 만나 진지하게 설명하면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귀국 후 정 대표를 비롯해 송영길 김민석 박주선 장 상 최고위원과 김원기 전 국회의장, 문희상 국회부의장, 박상천 의원 등 당 지도부 및 원로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귀국인사를 했다.

(순창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