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22일 오후 귀국함에 따라 그의 출마를 놓고 내홍에 휩싸인 민주당이 중대 국면을 맞게됐다.

정세균 대표를 위시한 당 주류측이 재보선 승리를 위해서는 '개혁공천'이 필요하다면서 사실상 정 전 장관의 공천 배제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이 24일 회동, 담판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담판에서 정 대표는 전주 덕진 출마를 포기토록 종용하며 인천 부평을이나 10월 재보선 출마 등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 전 장관이 이를 수용할지, 탈당 뒤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초강수를 선택할지 주목된다.

정 전 장관은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뒤 지난해 7월부터 미국에서 장기 체류했으나 지난 12일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한데 이어 이날 오후 귀국, 재보선 출마 행보를 본격화했다.

그는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갖고 "경제도 위태로워졌고 남북관계는 벼랑끝에 몰리고 민주주의와 사회정의가 결정적으로 후퇴하는 등 모든 상황이 거꾸로 가고 있다"며 "이에 맞서 힘쓰고 있는 민주세력의 집결처인 민주당을 돕기위해 돌아왔다는 것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입국장에는 이종걸, 최규식, 박영선 의원을 비롯해 지지모임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회원 2천여명이 나와 플래카드를 내걸거나 '정동영'을 연호하며 그의 귀국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18대 총선에서 출마했던 서울 동작을지역위원회에 들른 뒤 전주로 내려가 옛 지구당 사무실을 둘러보고 지지자들을 만났으며 24일 정 대표와 단독 만찬 회동을 갖고 전주 덕진 출마 입장을 공식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정 대표와 전화통화를 갖고 귀국을 전한 뒤 "도와달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 대표는 24일의 회동에서 정 전 장관에게 대선후보를 지낸 당의 간판급 정치인으로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재보선을 통한 'MB정부의 심판'에 협력해줄 것을 당부하며 출마 포기를 요청하되, 굳이 출마한다면 승부처인 인천 부평을이나 10월 재보선에 출마토록 권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대표는 이날 정 전 장관의 귀국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제1야당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고 언제나 '선당후사'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라며 "사분오열해선 안되고 당에 힘을 보태야 한다"며 '공천불가' 쪽에 무게를 뒀다.

당 주류인 한 386 인사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전 장관의 귀국과 대대적 환영행사에 대해 "대선 패배의 당사자로서 보다 자숙하고 당에 누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고민했어야 했다"며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세몰이 자체가 국민 눈에는 구태정치의 재연으로 보일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정 전 장관 측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의 55.5%가 전주 덕진 공천에 찬성한 데다 당내에서도 비주류 민주연대와 구민주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지지층이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회동을 통한 절충에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정 전 장관은 당 지도부가 끝내 자신을 공천에서 배제할 경우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당 원로와 중진들이 이번주부터 양측간 중재를 시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서울.영종도.전주연합뉴스) 신지홍 류지복 강병철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