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전력난이 심각한 체제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북한 주재 경력이 있는 서방 외교관들이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국제 에너지문제 전문가들과 서방 외교관들은 서울주재 서방 대사관들이 개최한 북한관련 한 회의에서 북한의 전력난이 굶주림이나 김정일의 건강문제 만큼이나 같은 무게로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은 반짝이는 한국과 일본에 둘러싸여 암흑의 공백상태를 이루고 있으며 홍수로 물이 찬 석탄광산, 수력발전소 부족, 석유수입 감소로 바늘로 콕콕 찌른 듯한 얼마 안 되는 밝은 지점마저 점점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노틸러스 연구소의 피터 헤이즈 소장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죽어가는 몸체의 엑스레이 사진"이라고 말했다.

1992년부터 북한의 에너지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는 노틸러스 연구소는 북한의 에너지 수요가 1990년 1천300 페타줄에서 2005년에는 500페타줄로 줄었다고 밝혔다.

1페타줄은 2만3천885t 정도의 석유가 낼 수 있는 열량이다.

이런 에너지 수요 감소는 북한의 산업시설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연구소는 밝혔다.

2005년 이후 전력생산이 다소 회복됐지만 재난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북한에서 에너지 생산의 70%는 석탄에서 나오지만 전체 광산의 60%가 물에 잠기면서 채굴기술이 부족한 북한이 어려움에 처했고 석탄채굴 부족은 난방과 조리용 연료부족으로 도미노 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헤이즈 소장은 "농촌지역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상황"이라면서 "농촌주민들이 땔감을 찾기 위해 나무를 베면서 산림이 황폐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평양주재 영국 대사를 역임한 존 에버라드는 "북한에 새로 만든 수력발전소를 가봤더니 1938년 스웨덴제 터빈을 장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경제적)시스템이 너무 쇠약해 종말이 예상치 못한 가운데 갑자기 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jb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