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낮은 자세로 힘합칠 것"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재선거 출마 선언에 대한 당내 반발 기류와 관련, "낮은 자세로 힘을 합치겠다"고 몸을 낮췄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개인만 생각했다면 욕을 먹으면서까지 출마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당의 역량에 힘을 보태 어려운 경제와 꽉 막힌 남북관계, 나라의 난국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복귀시점에 대해 "25일까지 미국 현지 일정이 있지만 너무 늦지 않게 귀국해야 하기 때문에 빠르면 이번 주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의 수도권 출마설에 대해 "작년 총선 때 당의 명령에 따라 서울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는데, 우연히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역구에서 재선거가 실시된다"며 "지역구를 옮기는 게 아니라 역경 끝에 본래 지역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자신의 정계복귀가 당의 분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는 그동안 덧셈정치를 해왔지, 누구를 배제하고 편가르면서 정치를 해온 사람이 아니다"며 `작은 통합자' 역할을 다짐했다.

정 전 장관은 14일 정세균 대표에게도 전화를 걸어 "낮은 자세로 봉사하겠다"며 당과 정 대표를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0여차례 시도 끝에 정 대표와 통화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애당심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느냐"며 호소했고, "당 지도부의 불출마 뜻을 묵살했다고 하는데, 직접적으로 그런 뜻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고 정 전 장관측 최규식 의원이 전했다.

최 의원은 "정 대표 외에 여러 분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며 "귀국하기 전이라도 한분한분 전화를 걸어 출마 배경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당 지도부의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일방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것이 유감스럽다"며 불편한 마음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의 공천을 둘러싼 찬반 논쟁도 격화되고 있다.

김부겸 이광재 조정식 최재성 등 10명의 의원은 이날 `정 전 장관은 출마를 재고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고향 출마선언은 국민 정서와 당원의 바람을 저버린 매우 부적절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당과 상의없이 개인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앞세우는 것은 올바른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며 "누구라도 당을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성명에는 주류인 정 대표측 인사와 함께 정 전 장관을 견제하는 입장인 손학규 상임고문측, 친노(親盧), 수도권 성향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비주류모임인 `민주연대'의 지도위원을 맡고있는 이종걸 의원은 "민주당이 지지부진함을 털고 분명한 `반MB 전선'을 구축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10명의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국민과 함께하는 국회의원모임'도 13~14일 전주 워크숍을 가진 결과 "출마를 선언한 이상 반대해선 안된다"는 다수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