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표출 능했지만 사랑승화에는 부족"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12일 그간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아왔던 재.보궐 선거 출마여부에 대해 "고향으로 돌아가 새출발하겠다"는 말로 출사표를 던졌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나는 정치인이고, 정치인은 정치 현장에 국민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귀국과 함께 4월 전주 덕진 재.보권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나도 인간인지라 아침에 이 생각이 들고, 저녁에 이 말이 맞나 하는 생각도 했다"면서 "그러나 내 입으로 단 한번도 (출마한다 안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고, 며칠간 침묵과 전화를 끊은 상태에서 깊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출마'라는 말을 직접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고향' `새출발' `정치현장'이라는 키워드를 조합해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다음주께 귀국길에 오르는 부담감과 신중함이 배어 있는 `화법'을 구사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정 전 장관은 `낙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민주당 창당 주역으로 정치적 고비마다 자신의 몸을 던져 희생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 전 장관은 회견 모두 발언에서 "나는 그동안 분노를 표출하는데는 능했지만, 사랑으로 승화시키는데는 부족했음을 통감한다"면서 "앞으로 정치를 하는 동안 어떻게 분노를 사랑으로 바꿀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며, 이를 몸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낮은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정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귀국은 언제 할 예정인가.

▲다음주 쯤 하겠다.

--민주당내 386 초선의원들의 반발이 많은데 대한 생각은.
▲비판이 있다는 것 알고 있으나, 달게 감수하겠다.

비판에 들어있는 애정을 잘 받들겠다.

후배들도 국민, 당을 사랑하는 충정을 갖고 있다.

--수도권이 아닌 고향 덕진에 출마하는 이유는.
▲덕진은 내가 정치를 시작했던 곳이고, 우연히 선거가 열리게 됐다.

지난번 총선에서는 대선실패로 탈진해 있는 상태였는데 많은 분들이 나가라고 권해서 이를 받아들여 동작에 출마했었다.

백짓장도 맞들면 힘이 덜 든다.

당을 위해 봉사하겠다.

신뢰가 모아질 수 있도록 몸을 던져 돕겠다.

--당 지도부와 접촉했나.

▲아침에 몇차례 통화했다.

정세균 대표는 (한국에서) 조찬모임이 있어서 그것이 끝나고 통화하겠다.

--공천에서 탈락할 가능성은 어떻게 생각하나.

만의 하나 탈락하면 무소속 출마하겠냐.
▲공천은 사천과 다른 공당의 결정이다.

당이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이다.

정동영이가 들어가서 도움이 된다면 그런 일(낙천)은 없을 것이다.

나는 당을 만드는데 앞장섰던 사람이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내 손해를 감수했다.

정풍운동도 당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동영이 없었으면 재집권은 감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이른 얘기기는 하지만 차기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정치인이 꿈을 꾸는 건 자유다.

꿈은 국민이 이뤄주는 것이다.

국민이 응답하지 않으면 이뤄지지 못한다.

정치인은 정당 소속으로 당이 잘돼야 정치인도 잘된다.

정당의 존립이유는 집권이고, 정치인의 가능성도 정당이 잘될 때 커진다.

지금은 당을 위해 티끌만한 역할이라도 하려 한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