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대 신용대출..1조3천억원 한도

은행들이 연 10%대 금리를 적용하는 저신용자 대상 소액 신용대출 상품을 본격 출시한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기존 신용대출 대상에서 제외되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를 위한 별도의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해 이들에게 총 1조3천600억 원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현재 5개 은행이 5천900억 원 한도로 판매하고 있는 저신용자 대출 상품을 14개 은행으로 확대하는 조치다.

◇ 저신용자 대출 24만명 이용 예상
감독당국이 은행권의 저신용자 대출상품 출시를 적극 유도하게 된 것은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여파로 저소득층의 금융애로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저신용자는 지난 1월 말 현재 813만8천20명으로 2007년 말보다 51만4천95명 증가했는데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민 금융기관들은 작년 4분기부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작년 말 현재 저축은행들의 예수금(예.적금)은 60조7천억 원으로 3개월 전보다 3조6천억 원이나 증가했지만 대출금은 54조5천억 원으로 7천억 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해 1월에도 예수금이 2조5천억 원 늘어나는 동안 대출 증가액은 6천억 원에 불과했다.

5개 전업카드사와 15개 카드 겸영 은행의 작년 4분기 카드론 실적도 4조2천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 원이나 감소했고 올해 1월에는 1조2천억 원으로 작년 4분기의 월평균 1조4천억 원에도 못 미쳤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올해 1월 말부터 은행들과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저신용자 전용 대출상품 개발을 추진해왔다.

금감원은 은행권의 저신용자 전용 대출상품 출시로 약 24만명(1인당 평균 500만원)의 저신용층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또 우리, 신한, 국민 등 3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이지론(금감원 후원)의 서민맞춤대출안내서비스에 농협 등 13개 은행이 올해 상반기 중 추가로 참여키로 했다.

이에 따라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등에서 30~40%대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저신용자들이 연 10%대 대출상품으로 환승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 은행들 저신용자 대출 적극 나설까
그러나 저신용자 신용대출은 은행들이 취급하는 기존 상품에 비해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 은행들이 적극 나설지는 의문이다.

전북.부산.하나.

농협.우리 등 5개 은행이 각각 2006년 7월~올해 2월 초 사이에 총 5천900억 원 한도로 저신용자 대출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지난 달 말까지 판매실적은 1천597억 원에 불과하다.

2007년 7월부터 '서브크레딧론'을 판매하기 시작한 전북은행은 1천억 원 한도 중 728억 원을 소진한 반면 2006년 9월에 500억 원 한도로 판매를 시작한 농협의 '새희망대출'은 판매실적이 135억 원에 불과하다.

금감원은 저신용자 대출상품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은행 경영실태평가에 서민금융 지원실적을 반영하고 분기단위로 은행별 저신용자 대출판매 실적을 공개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신용자 대출은 연체율이 높아 은행 창구에서 판매를 꺼릴 수도 있다"며 "이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과 마찬가지로 저신용자 대출도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고의 중과실이 없으면 해당 직원을 면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발표한 민생안정 긴급지원대책에서 신용회복기금을 통한 채무조정 대상을 내달부터 대출금액 1천만 원 이하에서 3천만 원 이하로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