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국채만 60조…"소화 못하면 시장 패닉"

정부와 여당이 30조원 규모의 '슈퍼추경' 추진 방침을 정하자 채권시장에 미칠 충격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으로 올해 신규 발행될 국고채 물량만 60조원에 달할 전망이어서,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국고채 금리는 물론 회사채 금리의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채권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발권기관인 한국은행이 나서 국채를 사들임으로써 완충 역할을 할 것이란 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어 시장의 불안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전날 채권시장은 초반 강세를 보이다 국채 발행을 통해 30조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키로 했다는 여당의 발표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급랭해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3%포인트 오른 연 4.53%로 거래를 마쳤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작년 말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3년 6개월 만에 3%대로 떨어지며 연초까지 하향 안정세를 보였으나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추경 논의가 불거지면서 오름세로 돌아서 한때 5%대에 육박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회사채 금리는 AA- 등급이 6%대로 내린 반면 BBB- 등급은 여전히 12%대에 머물러 기업들의 자금난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채권시장이 최근 다시 불안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한 영향도 있지만, 추경 논의와 맞물린 채권시장의 수급 부담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와 여당은 경제성장 둔화로 인한 세수 감소분을 메우고 경기부양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올해 30조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키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소요 재원의 대부분을 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부담은 고스란히 채권시장이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고채 발행액은 당초 74조원에서 100조원 수준으로 늘어나고, 특히 만기상환을 제외한 신규 발행만 30조원에서 60조원으로 배로 불어날 전망이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정부에서 국채 발행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각종 대책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발행 규모가 너무 크다"며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채권시장 전체가 단기적으로 패닉(공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정부가 올해 들어 실시한 10년 만기 국고채 입찰이 발행 목표를 채우지 못하는 등 시장에선 이미 소화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과도한 국채발행이 시중금리 상승을 유발하면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이 도리어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정부에선 국채 물량 소화를 위해 유동성이 부족한 헌 국채를 유동성이 풍부한 새 국채로 바꿔주는 국채교환제도와 외국인 투자자에게 비과세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런 대책보다는 한국은행의 국채 인수나 직매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국채를 사주지 않는다면 채권시장에 치명적인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은행에서 국채 매입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수급 부담으로 인한 채권시장의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