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 다구치 씨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의 범인인 김현희(47) 씨는 북한에 있을 당시 김 씨의 일본어 교사였던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 북한명 이은혜) 씨 가족을 만나 기쁨을 표시하면서도 다구치 씨와 함께 하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다구치 씨의 장남인 이즈카 고이치로(飯塚耕一郞.32) 씨의 팔짱을 끼고 다정스러운 모습으로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김현희 씨는 "북한에서 저한테 일본어를 가르친 다구치 씨의 가족을 만난다는 기쁨에 며칠 전부터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고이치로 씨는 어머니를 닮아 역시 잘 생겼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다구치 씨 아들에게 편지 답장도 하지 못했다는데, 왜 이 시기에 다구치 씨 가족을 만나려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편지는 (한국에서) 피난생활을 하는 터라 받지 못했고 TV 녹화를 통해 고이치로 씨를 접하고 언젠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만남에 대해 김현희 씨는 "한.일 정부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다구치 씨의 가족을 만나게 해줘서 감사한다"고 말했다.

다구치 씨의 오빠인 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70) 씨도 김 씨와의 만남에 대해 "오늘은 정말 역사적이고 감격적인 날"이라며 "여동생(다구치 씨)의 존재에 대해 증언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고이치로 씨는 "김현희 씨가 면담을 제의한 지 5년만에 숙원을 이루게 돼 너무 기쁘다"며 "어머니가 확실히 생존해 있다는 증언을 받았고 김현희 씨가 (북한의 어머니 대신) 한국의 `어머니'가 되겠다고 했다"며 웃었다.

김현희 씨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아쉬운 듯 고이치로 씨의 손을 쉽게 놓지 못하다 먼저 행사장을 빠져 나갔고 곧이어 다구치 씨 가족도 퇴장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