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의 범인인 김현희(47) 씨는 11일 "KAL기 사건은 북한이 한 테러고, 저는 가짜가 아니다"라면서 "일부 유가족이 의혹을 제기하는데 20년이나 지난 사건인데 아직도 뭐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현희 씨는 이날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씨 가족을 면담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KAL기 폭파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에 응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와 국가정보원이 본인을 가만두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는 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지난 정부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현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조사하고 있다고 하니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대답했다.

다구치 씨에 대해 김 씨는 "제가 87년 1월부터 10월까지 북한초대소에서 생활하며 들은 것은 '다구치 씨를 어디로 데려갔는데 어디 갔는지는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사망한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간 것으로 생각했고, 86년에 결혼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북한에 의한 또 다른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 씨와 관련, "저의 공작원 동지인 김숙희에게 일본어를 가르쳤고, 87년에 남조선 사람과 결혼해 딸을 낳았다는 얘기도 들었다"면서 "메구미 씨가 사망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납치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일본 정부가 북한의 자존심을 살려주면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계속 노력하면 북한은 죽은 사람이 살아 있기도 하니까 기적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북한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된 만큼 최소한 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