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독립 강조 속 "여론몰이식 사퇴 부적절"

이른바 `촛불재판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의 거취에 관한 여권의 분위기가 선회하는 분위기다.

사태 초기 자진사퇴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사법정의와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여론에 떼밀려 물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번 `용산 사망사고' 당시에도 그랬지만 진상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당장 시끄럽다고 해서 잘잘못이 확실히 가려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여론몰이식으로 법관을 물러나라 마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번 사안은 사법부에서 판단할 일로,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여권 핵심 관계자는 "판사는 판결로 말하는 게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편견을 갖고 재판진행을 거부한 데 대해 신 대법관이 시정을 요구한 것이 잘못된 것이냐"면서 "자진사퇴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자진사퇴는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진 것이지만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면서 "신 대법관이 당시 소신을 갖고 정상적인 재판 진행을 요구한 것을 문제삼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는 지난 9일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시작되자 "자진사퇴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것과는 반대 분위기로, 여권이 `신영철 지키기' 기조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신 대법관의 진퇴 논란과 관련, "다소 부적절한 사법지휘권의 행사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것만으로 대법관직을 사퇴할 만큼 중요하지는 않다고 본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아울러 최근 용산참사 추모 집회에서 일부 시위대에 의한 경찰관 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등 공권력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사법권과 경찰권을 흔들어선 안된다는 여권 내부의 공감대도 신 대법관의 유임 분위기 확산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신 대법관에 대한 사법부의 조사가 마무리된 만큼 결론을 지켜볼 것"이라면서 "전적으로 독립성을 갖고 있는 사법부의 판단에 맡긴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