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자 "北반응없어 보즈워스 방북무산"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0일 일주일 간의 동북아 순방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갔다.

그는 순방기간 한국과 중국, 일본을 방문하고 한국에서 러시아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와도 만나는 등 6자회담 참가국들과 두루 의견을 교환했지만 북한을 방문하거나 북한 인사와 접촉하지는 않았다.

보즈워스 대표는 순방에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방북 여부에 대해 "순방지에서의 협의결과와 북한의 반응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끝내 북으로 발걸음을 돌리지는 않은 것이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고위 외교당국자는 10일 "미국이 접촉 가능성에 대해 (북측과) 교감한 바는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보즈워스 대표가 돌아갈때까지 북측으로부터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하지만 미국 측이 북측에 대해 `언제 방북하고 싶다'는 직접적인 의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즉, 보즈워스 대표가 방북 의향을 언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내비쳤지만 북측이 이에 적극적으로 화답하지 않자 방북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소식통은 "보즈워스 대표는 북한과 터놓고 대화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방북하기에는 정세가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고 군 통신선 차단 조치를 취하는 등 연일 한반도의 긴장을 높임에 따라 보즈워스 대표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줄었다는 것이다.

특히 북측이 미국과의 협의에 적극적으로 응해오지 않은 이상 방북하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도 방북의 장애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소식통은 "만의 하나 보즈워스 대표가 방북해 있는 동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거나 남북 간에 우발적 무력충돌이 빚어지면 북미관계에 미칠 악영향은 훨씬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보즈워스 대표가 대화 의지가 있었지만 북한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방북하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고, 직접적으로 방북 의사를 타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방북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하지만 보즈워스 대표의 동북아 순방을 계기로 오바마 정부 출범을 전후로 정체됐던 6자회담 프로세스는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날 워싱턴으로 돌아가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6자회담이 빠른 시일 내에 재개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6자회담 조기 재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보다 명확한 그림을 갖게 됐으며 이를 토대로 북측과도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우리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2일 러시아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교부 아.태담당 차관과 서울에서 회동하고 조만간 중국과 일본 등을 방문, 상견례를 겸해 북핵문제 진전방안 및 북한 미사일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