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압박 시나리오가 절정을 향하고 있다.

북한은 9일 키 리졸브 군사훈련 기간 군통신 차단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의 '광명성 2호' 요격시 보복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였다.

북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보도에서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호전광들이 감히 침략전쟁을 강요한다면 우리의 혁명무력은 단호하고도 무자비한 정의의 통일대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면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위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평화적 위성에 대한 요격행위에 대해선 가장 위력한 군사적 수단에 의한 즉시적 대응타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보도에는 '선전포고''무자비한 징벌''전쟁광신자''무력충돌' 등 전쟁을 암시하는 자극적인 단어들도 자주 등장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지난 1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남북 합의 전면 파기' 선언 이후 서해 북방한계선(NLL) 파기,미사일 발사 움직임,키 리졸브 훈련기간 중 남측 민항기 안전 위협 선언 등으로 이어지는 대남압박 시나리오의 하나로 여겨진다.

특히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한국군 전환에 대비해 열리는 키 리졸브 군사 훈련 규모와 기간이 확대됨에 따라 '통미봉남' 전략에 차질을 우려한 북한이 더욱 강력한 수준의 카드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간 북한의 어려운 경제 현실을 감안해 제기하지 않았던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남북관리구역 내 엄격한 군사 통제' 발언도 북한의 '조바심'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번 조치로 우리 정부는 북한과 공식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를 잃게 됐다. 이로 인해 훈련기간 중 우리 국민의 개성공단 왕래가 차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이날 오후 개성공단 관계자 80명의 귀경이 무산됐다. 이로 인해 개성공단 체류자 573명과 금강산지구 체류자 72명 등 현재 북에 있는 우리 국민 650명의 신변안전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북측이 전시임을 들어 공단 내 우리 국민을 억류하는 등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자칫 '키 리졸브' 훈련시 사소한 오해로 군사적 충돌 등 큰 마찰을 불러일으킬 소지를 제공할 수 있다.

북한이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여감에 따라 북한의 남은 대남압박 카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러 카드 중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서해 도발카드다.

NLL과 북한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남측 군사분계선 사이의 서해상을 해상훈련구역으로 선포하고 조업 중인 어선들을 나포해 분쟁 지역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쓸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카드는 2차 핵실험이다. 이는 훈련 이후 예상되는 북 · 미 간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