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이른바 '신 아시아 구상'을 내놨다. 미 · 일 · 중 · 러를 중심으로 한 4강외교를 넘어 아시아의 주역이 되자는 게 골자다.


◆'서(西)에서 동(東)으로

신 아시아 구상은 갈수록 증대하는 아시아의 중요성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인구(38억명 · 세계 52%)나 GDP(국내총생산 · 10조7000억달러 · 26%),교역(8조달러 · 26%) 등의 측면에서 북미 · EU(유럽연합)와 함께 명실상부한 세계 3대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는 아시아와의 협력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것이다.

중국 일본에 대해 아시아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경계심 등으로 인해 한국이 국제무대에 있어 이들과 협력을 심화시킬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녹색성장 주창,G20정상회의에서 금융위기에 대한 신흥국 입장 대변 등으로 아시아의 책임있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가 형성됐다는 게 신 아시아 구상을 추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전방위 FTA(자유무역협정)추진

신 아시아 추진방향으로 우선 금융위기 · 기후변화 등 범세계적 이슈 해결과 아 · 태 지역에서의 녹색성장벨트 조성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또 우리의 협력 대상이 되는 아시아 각국의 실정에 맞는 '맞춤형 경제협력관계'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시아 각국이 보유한 광물과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IT(정보기술),방위 산업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게 한 예다. 아시아 역내 모든 나라와 FTA를 조속히 추진해 한국이 아시아 'FTA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한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당근'도 준비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개도국 ODA(유무상 원조) 및 기술 협력을 현 수준보다 줄이지 않고 경제가 좋아지면 이를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신 아시아 구상의 실천을 위한 정상외교 일정이 빽빽하게 잡혀 있다. 내달 중순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 · 중 · 일)정상회의 및 EAS(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석하고 6월 제주도에서 한 · 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며 5월엔 중앙아시아 3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있어서 모호성이 적지 않아 선언적인 성격이 강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풍부한 자본력을 갖고 있는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의 주역이 되기엔 넘어야 할 현실적 한계가 엄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