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때 판사들에게 신속한 재판 진행을 촉구하는 이메일을 보내 파문이 이는 가운데 6일 판사들은 대법원의 진상조사 결과를 일단 지켜보자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촛불재판 배당 논란 이후 법원 내부전산망 `코트넷'에는 지난 3일까지 서울서부지법 정영진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법 이정렬 판사, 울산지법 송승용 판사, 서울남부지법 김영식 판사가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전날 신 대법관이 단독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공개되고 대법원이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을 조사 책임자로 하는 진상조사팀을 구성하기로 하자 일단 법원 내부 게시판에는 판사들의 추가 의견은 주춤한 상태다.

다만 정 부장판사가 6일 오전 "가장 우선 할 일은 일선 법관들이 판사 회의를 통해 사법권 독립 수호 의지를 천명하고 신뢰회복 대책을 숙의하는 것"이라며 "법원행정처는 진상조사 주체로 나설 수 없다"는 글을 다시 올렸다.

그는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의 총책임자로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선 대국민 사과부터 하기를 희망한다"고 주장했다.

또 겉으로는 추가 입장 표명 등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일부 판사들은 근무지별 또는 기수별로 삼삼오오 모여 이번 사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향후 대응은 어떻게 할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법원이 정중동(靜中動)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판사들은 평판사들에 대한 신 대법관의 이메일 발송이 이례적일 뿐 아니라 부적절하다고 볼 소지가 있다는 데는 대체로 의견을 함께하면서도 구체적인 평가에는 다소 온도 차가 있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메일에 언급된 내용이 통상적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혹시라도 신 대법관이 원장으로 있던 시절 내려진 판결 전체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평판사는 법관 독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사법부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논란이 법원에 긍정적인 교훈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서울의 한 수석부장판사는 "이메일 내용과 수차례 반복해 보낸 양상으로 봐서 압력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원장이 `친전', `대내외비'라고 적어 메일을 보내면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저절로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법원 행정 측면에서 원장이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고 재판에 관여할 여지도 있는데 적절한 수위를 조절하는 게 늘 어려운 일"이라며 "일단 대법원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세원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