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케빈 러드 호주 총리 간 5일 정상회담에선 경제 · 통상 문제뿐만 아니라 양국 간 안보 인적교류 등 제반 분야에 걸쳐 폭넓은 협의가 이뤄졌다. 러드 총리는 특히 내달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부실자산 처리 문제에 관한 합의를 이뤄내자며 집중적으로 자문을 구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지난 외환위기 때 우리의 대책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단독 회담이 당초 예정보다 30분가량 길어지는 등 두 정상은 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공조'를 과시했다.



◆FTA 득실은

양국이 이날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5월에 개시키로 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호주의 교역 규모는 최근 급증 추세며 지난해엔 232억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우리나라로선 수입이 180억달러에 달한 반면 수출은 52억달러에 불과해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FTA가 체결된다면 최근 다소 주춤하고 있는 자동차 및 관련 부품,기계류,전자제품의 수출에 탄력을 받으며 무역 불균형을 완화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정부와 재계 측은 기대한다. 또 광물 ·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호주의 대 한국 주요 투자 분야인 금융 등 서비스 진출 확대도 예상된다.

양국은 이미 FTA 체결을 위한 공동 연구를 완료한 상태다. 양국 민간 공동 연구 결과 FTA 체결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증대 효과는 2020년까지 우리나라는 296억달러,호주는 22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상품부문 개방에서만 한국은 0.05%,호주는 0.18%의 GDP 증대 효과가 있다는 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분석이다.

이 대통령과 러드 총리는 회담에서 FTA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러드 총리는 "FTA는 양국 통상장관들이 김치에 술 한잔 하면서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고,이 대통령은 "FTA를 통해 무역역조가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축산물 및 낙농제품 수입 증가는 불가피해 농민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안보협력 강화 숨은 뜻은

두 정상이 안보협력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에서 마약유통 · 무기 밀거래 등 초국가 범죄에 대한 긴밀한 협력과 함께 대량파괴무기(WMD) 비확산 협력 확대 조항을 넣은 점이 주목된다.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옵서버로만 활동해 온 우리나라가 미국이 주도하는 WMD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PSI는 핵무기를 포함한 WMD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공해상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안보협력 공동성명은 PSI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참여 재검토를 시사한 바 있어 호주와 정상회담을 빌려 참여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한편으로 양국 간 안보협력 강화는 우리나라가 호주 방위산업 진출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러드 총리는 K9자주포 성능을 높이 평가하며 구매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캔버라(호주)=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