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얽매여 장애 초래않겠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4일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되 북미대화 진전 등의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한 대북접근을 시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 장관은 지난달 12일 취임한 이후 이날 처음 기자들과 정식 간담회를 열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며 북측과 언제든, 아무런 조건없이 만날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이같이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구체적 회담 제의는 `유보' = 현 장관은 대북 특사 파견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든 문을 열어 놓고 정부로서는 열심히 대화를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며 옵션에서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그러나 회담을 제의할 것이냐는 부분에는 "필요한 때 적절한 방법으로 할 수 있으며 대화의 수단과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한 뒤 "정부가 매우 적극적인 (대화)의지를 표명했으니 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며 북의 태도변화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결국 `조건없는 대화 의지는 천명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직 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되지는 않았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고 강도높은 비방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먼저 구체적인 회담을 제의하긴 어렵다는 판단인 셈이다.

또 현 장관이 이날 북한의 대남 비방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명 공격을 삼갈 것을 강도 높게 요구한 것도 대화의 전제조건은 아니더라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우선적 조치를 거론한 것으로 봐야한다는게 중론이다.

현 장관은 `비핵.개방 3000' 구상의 입안자답게 이날 간담회에서 수차례 북한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 인권에 대한 정부의 우려 표명에 대해서는 `비방.중상과는 다른 보편적 가치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밝히는 등 평소 갖고 있는 대북 원칙을 재확인했다.

◇ 대북 유연 대응 시사 = 현 장관은 이날 대북 정책 추진에 있어 "매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 상황은 한시도 그 자리에 있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여러 대내외적 요건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때로 급격한 변화도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원칙에 지나치게 얽매여 미래에 발전적 상황이 오도록 하는데 장애가 되는 일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 장관이 한미공조를 통한 대북 접근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이 발언은 북미관계 진전 양상에 따라 남북관계를 정상화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될 경우 인도적 대북지원 또는 구체적 대화 제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현 장관은 이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남북간 합의사항 존중'을 언급한데 대해 "(존중한다고 밝힌) 남북합의에는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도 포함된다"며 과거 `합의의 정신 존중'과는 "뉘앙스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설명, 두 선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한걸음 진전했음을 확실히 밝혔다.

현 장관은 또 북한 후계 문제, 북한 미사일 발사시 대응 방침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가정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겠다"며 답을 회피하거나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는 등 대화의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