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회기가 끝난 2월 임시국회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 등 주요 경제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것을 놓고 여야 지도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야당의 악의적 지연 전술과 여당의 무능함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 결국 경제 회복만 지연시키게 됐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2일 '미디어법 6월 표결처리'라는 야당의 양보를 이끌어낸 후 승리감에 도취돼 차려놓은 밥상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민주당의 지연작전을 사전에 예견,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마지막에 긴장의 끈을 놓은 게 '패인(敗因)'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결정적인 순간에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모래알 여당'의 모습을 또 재연했다. 당초 오후 7시에 본회의를 개의하려 했지만 172명의 의원 중 100여명만이 출석,9시까지 회의를 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당내에서도 두 시간 일찍 회의를 열었으면 적어도 비쟁점 민생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9월 추경예산안 강행처리 과정에서도 예결특위의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처리에 실패하는 어이 없는 실수를 했었다.

송광호 최고위원은 4일 최고위원 · 중진 연석회의에서 "어제 (본회의 개의 예정 시간에) 원내대표에게 출석 의원 수를 물으니 104명이 왔다고 하더라"며 "원내대표가 한번 지시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민주당은 4일 '쟁점법안 처리를 막아냈다'며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경제 관련 법안들은 3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전날 여야 합의를 하루 만에 뒤집어 놓고도 정쟁에서 이겼다는 승리감에 표정 관리조차 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행태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매번 여야 협상 과정에서 원내지도부가 합의안을 만들어가면 강경파들이 들고 일어나 합의내용이 바로 뒤집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다.

이번에도 지난 2일 여야 합의안에 강경파들이 반발,'지도부 교체론'까지 나오자 3일에는 △쟁점법안의 법사위 상정 지연 △본회의 참석 지연 △본회의 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행위) 등 시간끌기 작전으로 법안 통과를 무산시켰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