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처리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2월 임시국회는 여야의 극적인 합의도출과 함께 3일 회기를 마감한다.

그러나 최대쟁점인 미디어관련법안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형식상으론 합의를 도출했지만 내용상으론 갈등의 근원을 해소한 것이 아니라 정면충돌이란 최악의 상황만 피하는 선에서 절충했기 때문이다.

이날 합의대로 미디어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 설치될 사회적 논의기구는 여야충돌의 진원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구의 논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표결처리가 예정돼 있지만 여야는 각자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방향으로 미디어법 논의를 이끌어가기 위해 한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논의기구가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앞서 협상과정에선 민주당이 다소 밀린 것이 사실이지만 사회적 논의기구에선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전의를 다졌다.

당장 사회적 논의기구 운영방안을 마련하는 데서부터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이 기구가 구속력이 없는 자문기구 형식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논의 내용이 법안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결처리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을 뿐이지, 사실상 100일간의 `제3차 입법전쟁'이 펼쳐지는 것과 다름없는 형국이다.

논의 과정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는 부분은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 방송 진출 허용 여부다.

현재 한나라당이 제출한 방송법은 대기업과 신문에 대해 각각 20%까지 지상파 방송 지분을 획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민주당은 `재벌에 방송을 주기 위한 법'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여야가 각각 분명한 목적의식에 따라 찬반 입장을 엇갈리게 취하고 있는 부분인만큼 논의가 계속될 경우에도 접점이 도출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오히려 논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100일 이후엔 무조건 표결처리가 이뤄진다는 점 때문에 여야가 절충보다는 여론전에만 신경을 쓸 가능성이 높다.

여야의 논의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감정싸움 양상으로 발전할 경우엔 4월로 예상된 추가경정예산과 6월로 예상된 비정규직법 개정 등 다른 국회일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적으로 열세인 야당이 다른 국회일정에 협조하지 않거나 물리력을 동원해 여당의 표결처리 시도를 저지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만 한나라당이 이번 협상과정에서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출을 불허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의견교환은 어느정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