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하던 김형오 국회의장이 결국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들 수 있었던 데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사진)의 힘이 컸다.

박 전 대표는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 중이던 한나라당 의원을 격려하기 위해 본청을 찾았다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한나라당이 그동안 미흡한 부분에 대해 상당히 많이 양보를 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려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방송사 지분율 상한선을 당초 20%에서 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하고 야당이 주장하던 사회적 논의기구 설치도 받아들인 만큼 민주당도 상응하는 양보를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박 전 대표는 "(전날 내놓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상당히 고심한 내용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문제는 시기를 못박지 않은 것인데 야당이 그 정도는 받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겉으론 민주당을 향해 있었지만 실제론 김 의장을 향한 것으로 읽혔다. 그동안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며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던 그가 전격적으로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그리고 국민 여론 사이에서 갈등하던 김 의장의 결단을 유도했다는 얘기다. 물론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직권상정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김 의장이 직권상정의 부담을 더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연말 · 연초 국회 파행 당시에는 "한나라당이 국가 발전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면서 내놓은 법안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는 점도 굉장히 안타깝다"면서 당의 강행처리 입장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당시에 이어 이번에도 '박근혜 파워'가 다시한번 입증된 셈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