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 남북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일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이 6년6개월여 만에 판문점에서 장성급 회담을 가졌다. 이는 지난달 28일 북한군 측이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한 데 따른 것이다. 유엔사 측에서는 조니 와이더 유엔사 부참모장(중장)이,북측은 리찬복 상장(우리나라의 중장급)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가했다.

북한군은 30분간 열린 이날 회담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미군의 도발과 위반행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미군이 북남관리구역에서 계속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단호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북한국은 또 "한 · 미 양국이 이달 중 실시하는 '키 리졸브 연합연습'이 긴장을 더욱 부추긴다"는 논리를 제시하며 훈련중단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군사령부는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이남지역에서 정당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키 리졸브 연합연습'은 북측에 이미 통보했듯이 연례적인 방어훈련에 불과하다"고 이를 일축했다.

북한군이 이례적으로 유엔사에 먼저 회담을 요청한 것은 그들이 내세우는 '한반도 긴장완화 문제'논의보다는 다른 의도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남북 군사당국 간 대화가 단절되고 있는 '틈새'를 노려 미군과 군사문제를 직접 논의해보자는 의도라는 것이다. 또 북방한계선(NLL) 해상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유엔사로 전가하려는 예비 조치 성격이 짙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관계자는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유엔사 측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면서 "만약 NLL이나 MDL에서 남북간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이번 회담에서 밝힌 입장을 근거로 그 책임을 유엔사로 돌려 남측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