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6일 출자총액제 폐지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27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표결처리하기로 했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완화 및 산업은행 민영화 관련 법안은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에 회부해 논의하기로 했다. 밤 10시부터 자정 넘게까지 진행된 대치의 결과다.

한나라당은 이날도 전날 미디어 관련 법의 문화방송통신위 직권상정 당시 선보였던 '허허실실 전략'을 시도했다. 저녁까지만 해도 "전체회의를 열었다 회의장이 민주당에 점거될 수 있지 않느냐"(박종희 정무위 간사)며 야당을 방심하게 만들다가 밤 10시에 돌연 상임위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회의에서 한나라당은 3개 쟁점 법안의 전체회의 표결처리를 요구하며 민주당 등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영선 정무위 위원장(한나라당)은 "상임위에서 오래 논의를 했으나 진전이 없어 소위 회부도 의미가 없다. 바로 표결처리 하겠다"며 강행 처리를 시도했으나 자정을 넘기며 회의가 자동 산회돼 처리에는 실패했다. 당초 금산분리 완화와 산은 민영화 법의 2월 임시국회 논의를 반대했던 민주당 등은 이 같은 압박에 밀려 법안의 소위 상정에 동의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진행하며 극한 설전을 주고 받았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평소에 상임위에 나타나지 않던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한마디에 모두 출석해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 한다"며 공격했다. 이에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한 마디에 용기백배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온 국민이 안다. 같이 회의를 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맞받았다.

이날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의사일정 진행 시도에 점거와 봉쇄로 맞섰다.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점거를 이틀째 이어나갔으며 외교통상통일위에서는 여성 의원들을 동원해 위원장석에 '인(人)의 장막'을 쳤다.

이에 따라 모든 의사진행이 정지되어 쟁점 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는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맡겨진 상황이다. 먼저 문방위에서는 25일 상정된 미디어 법을 논의하기 위해 고흥길 문방위원장과 나경원 한나라당 간사가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에게 가로막혔다. 소위를 통과한 한 · 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처리하려던 한나라당의 의도도 물거품이 됐다.

노경목/유창재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