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 인터넷 포털 등 상위 8개 미디어가 여론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27일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가 개최하는 `방송법 논란, 타개책은 없는가' 주제의 세미나에서 `방송 소유규제 완화와 여론 독과점'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이같이 밝힐 예정이다.

윤 교수는 발제문에서 "전체 미디어의 여론지배력을 100%라 할 때 KBS, MBC, SBS, 네이버, 다음, 네이트, 조선일보, MBC 라디오 등 상위 8개 미디어가 89.7%의 여론지배력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상정돼 있는 한나라당의 신문법 개정안이 여론 다양성 확보를 위해 여론집중도를 조사해 공표하는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는 점에서 윤 교수의 분석이 주목된다.

논문은 각 매체의 도달도, 수입, 수용자, 이용시간, 매출액, 몰입도 등을 지표로 삼아 여론지배력을 측정한 결과 지상파TV 3사가 도달점유율, 수입점유율, 수용자점유율 차원에서 50% 이상의 압도적 여론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네이버 등 5개 인터넷 포털 미디어의 여론지배력은 최소 16.2%(영향력 가중 수용자 점유율)에서 최대 63.7%(몰입도 가중 이용시간)로 나타났다.

인쇄매체에서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지배력이 높긴 하지만 지상파TV나 인터넷 포털엔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3개 신문의 여론지배력은 최소 4.2%(매출액 가중 이용시간)에서 최대 22.1%(광고비용 가중 이용시간)의 범위를 보였다.

최근의 방송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의 본질을 정치적 자유주의를 근간으로 한 사회문화적 패러다임와 시장 자유주의를 원칙으로 한 산업 패러다임이 맞서는 구도라고 정의한 윤 교수는 미디어 소유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윤 교수는 이번 분석과 관련, "무조건적으로 미디어의 소유 집중을 여론 독과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미디어 소유 규제는 그 자체만으로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어 "현 방송법이 담고 있는 소유제한 정책은 과도한 사전 소유규제로 방송의 산업적 경쟁력을 가로막으면서 동시에 느슨한 사후 행위규제로 사회문화적 차원의 공익적 책무를 내버려두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신문사 및 대기업의 방송사업 참여에 따른 여론 독점이나 이념적 편파성이 우려되면 사업 참여 기회 자체를 가로막는 사전 구조규제가 아닌 사후규제를 통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방송사업자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공정성, 객관성,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한층 엄정한 방송심의, 방송평가, 재허가 심사 등 사후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