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규모를 슈퍼급인 30조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 내부에서 연일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추경 규모가 당초 전망보다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추경 규모 30조원 이상 되나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25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추경은)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프로그램만 있으면 규모에 대해선 파격적인 예산을 편성하고자 하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20조~30조원을 넘을 수도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추경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경 규모를 30조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최근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경제성장률을 3%로 내다봤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4.0%로 낮췄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취임 이후 경제성장률 전망을 -2%로 낮춘 상태다. 정부는 이 같은 성장률 하락에 따른 세수부족과 일자리 창출,신빈곤층 지원 등을 위해 추경 예산 편성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추경 규모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15조~20조원 정도로 예상돼왔다.

◆재정건전성 악화,국채물량 소화가 관건

정치권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추경 예산이 늘어나면 경기부양에 도움은 되겠지만 재정건전성 등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부담은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마땅한 추경 재원이 없는 상황에서 추경을 30조원 이상 편성하려면 적자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해야 한다.

이 경우 현재 34%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국가채무 비중은 40%를 넘어서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치인 75%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재정수지 적자도 당초 21조8000억원 수준에서 급증하게 된다.

국채를 소화시키는 것도 만만치 않다. 추경이 30조원에 달하면 올해 국채 발행물량은 당초 예정 물량(19조7000억원)과 외국환평형기금채권(60억달러)을 합해 50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와 관련,금융회사 관계자들은 국채는 기본적으로 1년물 이상으로 장기인데 금융위기로 금융권에서 이 같은 장기물에 투자할 여력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 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금융상품은 머니마켓펀드(MMF)인데 이는 길어봐야 6개월물까지만 편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채권 딜러는 "금융권에서 사가야 하는 국채 규모가 10조원이 넘는다면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은행이 나서서 국채를 직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통해서도 모든 국채를 소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태명/이준혁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