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전후 발사 가능성..美, 대북 강경정책 쓸 것"

북한이 24일 '인공위성 '광명성 2호' 발사를 본격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는 한편 그 시기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전체회의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4월 초 전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의 이런 강성 기조가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포괄적 협상을 도모하는 한편 6자회담의 판을 키우고 대내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체제가 건재하다는 점을 과시함으로써 체제 안정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발사한다면 미국의 오바마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불신을 초래해 미국의 대북 정책이 강경해지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 논의를 촉발하게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 예상된 일이다.

후속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미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

평화적 목적의 우주 이용권을 포기하는 대가를 요구할 수도 있고 대신해서 위성 발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인공위성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장거리미사일로 인정됐을 때 엄청난 파장이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카드는 결국 보유한 카드를 다 내놓고 미국과 포괄적으로 협상하려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중.일.러를 모두 겨냥한 조치일 수 있다.

미사일을 6자회담의 의제로 만듦으로써 판을 키워보자는 의도로 보인다.

따라서 6자의 움직임이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발사 움직임에 맞춰 해당국도 빨리 움직여야 할 것이다.

발사 시기와 관련해서는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발사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본다.

다만, 3월 8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끝나서 대의원단이 구성되고 대외정책이 발표되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전체회의가 열릴 4월 초 전후에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 = 발사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4월 초 런던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국내외 일정이나 정세 등을 감안할 때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발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은 평화적 목적을 위한 우주 개발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선제 압박카드로 봐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에 '광명성 2호'가 인공위성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2006년 유엔 안보리 결의 제1718호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여져 국제 여론이 나빠지고 국제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제사회 여론뿐만 아니라 미국 내 대북 경계론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가 아무리 북한과 대화를 하려 해도 국내적 반대 여론을 의식해 북.미 양자협상이 늦어질 수도 있고 양자협상이 열리더라도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 양자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 = 북한이 내부적으로 권력 승계와 같은 문제가 걸려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상당히 강성 외교를 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측에서는 아직 대북 정책과 관련한 주요 보직에 사람을 임명하는 단계로 대북 정책에 대한 리뷰가 끝난 것도 아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대북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만 이야기한 정도이지 세부적인 이행지침이나 전략은 미정인 상태에서 북한이 이처럼 강성으로 나가는 것은 절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상호간 신뢰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신뢰 관계가 빠른 속도로 형성돼야 북한이 원하는 고위급 방문이나 회동도 이뤄질텐데 미사일 발사는 이를 오히려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북한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인센티브를 확실하게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부정적으로 나오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게 지금까지 클린턴 장관의 언급에서 드러난 미국의 정책 기조다.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서 조심스럽게 상호 신뢰를 형성하면서 대화 국면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같이 러프한 게임을 하는 것은 북한으로서도 좋은 전략은 아니라고 본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 북한이 2006년 10월 4일 핵실험을 예고하고 같은 달 9일 핵실험을 실제로 감행했던 전례를 보면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여부에 대한 논란은 끝났다.

(발사할 것이다)
시기와 관련, 국방위원장 선출을 9일 앞둔 1998년 8월 31일 대포동 1호를 발사한 것으로 미뤄볼 때 3월 8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가 끝나고 한 달 정도 후인 3기 국방위원장 선출을 전후해 축포 성격으로 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발사가 이뤄진다면 대내적으로는 김정일 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체제가 건재하고 그 유지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없앰으로써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발사에 성공한다면 대외적으로도 군사적으로 운반체계에 대해 진전된 기술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미사일 수출을 진작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사일이라는 미국에 대한 전략적 협상카드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와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 불신을 초래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한다는 측면에서 미국 및 유엔과 관계가 악화할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