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교육청별로 시행한 기초학력 진단 평가 결과를 교과부에 보고한 교육감님 손들어보세요!"

24일 정오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원회가 열린 506호에서는 호통소리가 문 밖까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김춘진 민주당 의원의 고함에 주눅이 든 16명의 시 · 도교육감들은 '손을 들어보라'는 요구에 쭈뼛거리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 의원이 요구한 보고 여부가 문제가 아니었다. 명색이 한 시도의 교육 자치를 담당하는 수장인데 초등학생들을 다루듯 갑자기 '잘못한 사람 손 들라'는 식으로 다그치는 것을 받아들이기엔 이들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던 것이었다.

교육감들의 수난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불과 10여분 후엔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이 다시 한 번 교육감들에게 "정부가 시행하는 학업성취도 평가 방향에 동의하는 분은 손을 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두 번째 요구이기 때문인지,손을 들지 않으면 정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까봐 우려해서인지 여기저기서 구부정하게 팔이 올라갔다.

급기야 김영진 민주당 의원과 김부겸 교과위원장이 나서서 "이런 모습이 국회 기록에 남아서는 안 된다"거나 "국민들이 부담스럽게 느낄 상황은 피해 달라"며 의원들을 자제시키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다른 의원이 "그러면 (교육감들이) 종이에 각자의 의견을 적어내게 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16명의 시 · 도교육감들이 교과위에 출석한 것은 지난 16일 발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곳곳에서 조작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첫 조작 의혹이 터져나온 임실지역을 관할하는 전북교육감부터 공정택 서울교육감 등이 줄줄이 참고인 자격으로 불려나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시도교육감을 초등학생들 다루듯 한 이날 국회의원들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막말을 하고 상대방을 다그쳐야만 이긴다고 생각하는 후진적인 정치문화에 대한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역별 교육자치의 최고 책임자들이 국회의원들로부터 심하게 질책당하는 모습이 우리 교육의 현실과 오버랩돼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