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기관인 중앙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이명박 정부 초기 1년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열정과 의지는 있었지만 대국민 설득과 포용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과 정부 신뢰도에 대한 평가가 각각 46.5점과 46.1점에 그친 것은 정책 내용과 함께 소통 부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집권 초기의 '쇠고기 파동'과 이로 인한 '촛불 정국'의 장기화를 대표적인 초기 대응 실패 사례로 지목하면서 정책 내용과 방향 못지않게 대국민 설득과 위기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추진력은 좋지만 대국민 설득은 소홀

[한경ㆍ중앙리서치 성인남녀 800명 조사] 국정 추진력 인정하지만 국민 향해 '귀' 더 열어야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가 꼽은 '대통령의 강점' 1~3위는 추진력(44.9%),열정(24.6%),소신(10.8%)이었다. 반면 우선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으로 뽑은 세 가지는 포용력(27.2%),현실감각(16.4%),신중한 처신(12.6%)을 꼽았다.

지난해 2월 취임사에서 이 대통령이 "섬김의 봉사정신으로 국정을 살피겠다"고 했지만 1년 동안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 국민과의 소통 부재로 이어지면서 정책의 실패와 국정운영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확산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 1년 동안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겠다면서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는 점은 국민들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응답자들은 이 대통령의 통치능력 중 가장 큰 강점으로 정책추진능력(53.4%)과 미래비전 제시(14.7%) 등을 꼽아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 부동산 규제 완화,공기업 개혁,감세 등 친기업 정책,녹색산업 등 신성장 동력 확보 등 과단성있는 정책 추진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보완할 점으로 국민의견 수렴능력(26.5%),국민설득 능력(15.8%),갈등조정 능력(11.0%)을 동시에 지적했다. 정부의 전반적인 잠재 역량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의 입안과 정책 간 우선순위 파악,합리적인 대응 등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은 "준비가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시행착오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으로 평가했다.

[한경ㆍ중앙리서치 성인남녀 800명 조사] 국정 추진력 인정하지만 국민 향해 '귀' 더 열어야
◆지지와 반대계층 뚜렷이 구분


MB정부 1년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지지와 반대 계층이 뚜렷이 구분된다는 점이다. 국정수행 평가에서 50대 이상,대구와 경북지역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반면 20~30대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았다. 직업별로는 블루칼라와 화이트 칼라 등 도시 근로자들의 지지도가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국정수행능력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정부 신뢰도 평가에서도 50대 이상은 전체 평균(46.1점)보다 높은 점수를 준 반면 나머지 연령대는 모두 평균 이하의 점수를 매겼다. 특히 20대와 블루칼라 계층의 정부 신뢰도 평가는 각각 41.5점과 38.9점으로 연령별,직업별 조사에서 가장 낮게 평가했다. 조사를 맡은 중앙리서치의 설준호 팀장은 "어려운 경제 사정과 취업난 등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MB정부가 지나치게 보수층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인식이 강한 탓인지 젊은 층은 물론 30,40대 중년층들까지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실제 '정책의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5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그렇지 않다'는 평가가 50%를 넘었다. 또 '정책 추진과정에서 균형감각과 공정성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50대 이상의 경우 19.3%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30대와 40대는 8.3%와 5.2%만 '그렇다'고 응답,대조를 보였다. 이는 그만큼 MB정부가 보다 다양하고 폭넓은 사회계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으로 해석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

◇대상: 2월 현재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

◇지역: 전국 15개 시 · 도(제주 제외)

◇방법: 전화면접

◇유효표본:800명(신뢰도 95%?B3.46%P)

◇시점:2월19~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