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차를 맞는 이명박 정권의 권력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친이(親李) 직계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약화된 국정 장악력을 회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포석으로 국정 드라이브 속도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측근 정치'에 함몰될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MB 친정체제로 정면 돌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 · 19개각을 통해 전문성과 함께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과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과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복귀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차관(次官) 정치'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국정운영을 시도했다.

실세 차관의 전진 배치는 장관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국정에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 대선기간 이 대통령의 '경제참모'였던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이 청와대 경제수석에 발탁된 것을 두고 경제 권력의 중심이 내각에서 청와대로 이동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에 임명된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측근인 원세훈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국정원장에,'비핵 · 개방 3000구상'을 주도한 현인택 교수를 통일부장관에 앉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로이카 재부상

여의도 권력구조에도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MB 개혁법안의 국회 처리가 늦어지면서 홍준표 원내대표-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여당의 '신주류' 대신 이상득-이재오-정두언 의원의 기존 트로이카가 다시 힘을 얻어가는 모양새다.

특히 MB직계의 대부로 불리는 이상득 의원은 최근 친이재오계 인사들의 모임인 '함께 내일로'에 참석하는가 하면 친박근혜계 인사들과 영남권에서 전격 회동했다.

정두언 의원도 이 대통령과 독대한 뒤 중국에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비밀리에 만났다. 집권 1년차 때 각 계파로 사분오열됐던 주류가 다시 대오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여권 내에선 향후 당협위원장 선거,4월 재 · 보선, 신임 원내대표 선출 등의 잇단 정치일정이 친이계 결집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