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16일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善終ㆍ서거를 뜻하는 천주교 용어) 소식을 접하고 "이 땅의 큰 별이 졌다"며 한 목소리로 애도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각 당 대변인들은 일제히 논평을 통해 종교를 초월해 소외계층을 감싸 안았던 김 추기경의 행적을 기렸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추기경께서는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나아갈 방향을 일러주시고, 국민이 힘들어할 때마다 어루만져 주시고 용기를 북돋워주시던 나라의 어른이셨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권을 위해 몸바친 추기경의 용기와 노력으로 오늘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 최초의 추기경으로서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큰 역할을 해오셨고 소외된 이들의 따뜻한 벗을 자처하셨다"며 "살아있는 양심의 대변자로서 주신 고귀한 뜻을 이어받아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암울한 시대를 지나오면서 종교를 초월해 모든 국민에게 정신적 위안과 희망을 줬던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를 잃은 허망감이 너무도 크다"며 "대한민국의 앞날에 수호천사가 돼주실 것을 청하며 영면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애도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의 근현대사의 영욕을 함께 해 오며 이 땅의 가난하고 헐벗은 민중의 신산고초를 같이 겪어온 이 땅의 큰 어르신이었다"며 "김 추기경의 선종을 노동자와 농민,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애도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인 최초의 추기경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독재와 사회 불평등에도 거침없는 목소리를 냈던 김 추기경에 대한 정치권 인사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지난 1983년 우연히 프랑스 파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던 인연을 소개한 뒤 "김 추기경은 청빈하지만 막히지 않았고, 화합했지만 사람들하고 들떠 계시지 않았다"며 "사회의 균형추로서 늘 중심이셨다"고 떠올렸다.

국회 가톨릭신자의원모임 회장인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우리 민족의 정신적 지주이신 김 추기경을 잃은 것은 온 국민의 슬픔이고 손실"이라며 "추기경님은 국가가 어려울 때 항상 약자 편에서 기도하고 국가를 위해 말씀하신 것을 국민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17대때 국회 가톨릭신자의원모임 회장이었던 민주당 문희장 국회부의장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통한 심정으로 큰 별이 하나 떨어졌다"며 "늘 사회 정의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따뜻한 관용의 말씀을 하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애도를 표했다.

문 부의장은 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당시 합동수사본부로 연행돼 고문을 받는 과정에서 가톨릭 신부로부터 화장실 물을 이용해 영세를 받아 가톨릭으로 개종한 사실을 소개하며 "김 추기경은 저를 뵐 때마다 내가 감옥안에서 화장실 물로 영세받았던 사실을 잊지 않고 말씀하시곤 했었다"고 회상했다.

국회 불교의원 모임인 정각회 회장인 최병국 정보위원장은 "종교를 떠나 우리나라의 정신적 지도였다.

사회적 혼란기에 그분 같은 정신적 지주가 있어서 우리나라가 유지돼 왔는데 참으로 애석하다"며 "이럴 때 모든 국민이 합심해 애도하고 그 분의 사랑과 믿음, 봉사의 정신을 따라서 단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김 추기경은 70∼8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정의의 편에 서려고 했다"며 "우리 시대의 양심이자 나라의 큰 어른이신데,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다"고 애도를 표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노재현 기자 hanksong@yna.co.kr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