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이명박) 직계 의원들이 홍준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한나라당 의사결정구조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인 자신들이 그동안 당내 권력구도에서 밀려나 있었던 만큼 이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두 달여 뒤에 있을 원내대표 경선을 겨냥한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최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시대변화에 뒤처진 20세기형 정당체제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정 의원은 토론에 앞서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 정책을 토론해도 당에서 당론을 정해버리면 모든 논의가 무용지물이 돼버린다"며 "당에서 '이것은 정부안이니 무조건 찍어달라'고 강요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당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역시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정태근 의원도 이날 토론회에서 과도한 원내대표의 권한을 줄이고 대변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당에는 국회법 규정과 관계없이 국회에서 모든 것을 하는 전지전능한 분이 한 분 계시는데 원내대표이고 전지한 분이 계시는데 대변인"이라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국회는 의원 중심으로 가야 하고 강제적 당론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친이계 의원들의 날선 비판은 그동안 홍 원내대표의 독주에 대한 견제로 해석된다. MB개혁법안 처리가 늦어지고 원내 지도부의 임기가 끝나가는 만큼 향후 권력구도 변화에 앞서 선제적 대응을 시작한 것이다.

친이재오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함께 내일로'와 범친이진영으로 꼽히는 '국민통합포럼'이 오는 23일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강연회'를 공동 개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친이계 내부에서는 '세(勢)' 결집을 통해 당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유창재/강현우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