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임론 부상..여론악화 우려 결국 자진사퇴
"김석기 꼭 필요한 인물"...신뢰 재확인

청와대는 10일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용산 사망사고'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것과 관련, 공식입장 표명을 자제한 채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검찰이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경찰 무혐의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내정자가 전격 사퇴한 데 대해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자조섞인 탄식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김 내정자의 사퇴 기자회견 직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내정자의 충정과 진정성이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본다"면서 "김 내정자 본인의 고독한 결단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폭력행위 재발은 더이상 없어야 하며, 문제가 생기면 책임 여하를 막론하고 책임자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핵심 참모는 "조직내 두터운 신망과 탁월한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경찰수장 최적임자로 평가된 김 내정자가 예상치 못한 악재로 낙마한 것은 불행"이라면서 "이 대통령도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 내정자는 현 정권에 분명히 필요한 인물"이라고 말해 추후 다시 요직에 중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또다른 참모는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는 개인적 고민 끝에 나온 대승적 결단으로 이해된다"면서 "이와 관련해 청와대와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같이 김 내정자의 사퇴에 대해 `경질'이 아닌 `개인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김 내정자의 명예를 고려한 동시에 이 대통령이 연초부터 줄곧 강조하고 있는 `원칙'이 훼손되지 않았음을 주장하기 위한 의도로 여겨진다.

검찰 수사결과 경찰의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경찰수장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유도했다면 스스로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내정자의 사퇴는 이미 `용산 사망사고' 발생 직후 예견돼 온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선(先) 진상규명-후(後) 대책'이라는 원칙에 따라 검찰수사를 통해 김 내정자의 불법 여부를 먼저 검증하고 정부가 재개발사업 관련 후속대책을 발표한 뒤 김 내정자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수순을 밟았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김 내정자의 사의 표명에 대해 즉각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경찰 등 공직사회의 동요, 여론 추이 등을 지켜보며 시기를 고심하는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실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내정자의 사의 수용 여부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선진일류국가가 되기 위한 조건 가운데 하나가 법.원칙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고 그런 원칙과 가치관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정무라인의 한 참모도 "어제 오후까지도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김 내정자의 사퇴를 놓고 찬반 격론이 벌어졌다"면서 "결국 사의가 받아들여지겠지만 일정기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에 따라 후임 경찰청장 인선에 즉각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는 강희락 해양경찰청장(치안총감)의 수평이동과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치안정감)의 승진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