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택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던 지난 9일.청문회 시작 15분 만에 자리를 뜬 민주당 중진 A의원이 청문회장 옆방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뒤따라 들어온 현 정권 실세라는 한나라당 의원과 30분 넘게 '수다'를 떨던 A의원은 자신의 질의시간에 맞춰 자리로 돌아와 대북정책과 관련된 원론적인 질문만 몇 개 던지고 끝냈다.

무기력한 청문회와 전투력 없는 야당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9일과 10일 양일간 진행된 현 후보자와 원세훈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소문은 났지만 먹을 것 없는 잔치'로 끝났다.

민주당 등 야당은 현 후보자를 '비리 백화점'이라 부르며 반드시 낙마시키겠다고 별렀지만 청문회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 지난 주말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현 후보자에 대한 회의론이 나와 이번 인사청문회가 정국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됐던 점을 감안하면 싱거운 결과다.

이같은 결과는 민주당의 준비 부족과 응집력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해당 상임위인 외교통상위와 정보위에 몸이 무거운 중진급 의원들이 대거 배치돼 있다 보니 맥이 빠졌다는 것이다.

실제 재산 문제와 논문 문제가 가장 중요한 논점으로 부상했던 현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박선숙 이미경 의원이 각각 재산과 논문 문제를 물고 늘어졌을 뿐 나머지 의원들은 대북정책과 관련한 고담준론(高談峻論)에 머물렀다.

10일 원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박영선 의원이 후보자 아내의 땅 매매 문제를 집중 추궁해 원 후보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나도 모르겠다"고 털어놓는 등 원 후보자를 코너에 몬 정도였다.

다른 의원들은 용산참사와 대북정책 등 국정원의 업무와는 연관성이 적은 문제를 들고 나와 논점을 흐렸다.

전날 외통위 청문회장에 나가 소속 의원들에게 분발을 촉구한 원혜영 원내대표도 정작 자신이 청문위원으로 참여한 이날 청문회에서는 국정원의 역할과 관련된 원론적인 질의만 했다.

민주당은 현 후보자에 대한 사퇴 공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지만 청문회에서 약세를 보인 마당에 불씨를 살려나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미 드러난 문제점만으로도 부적격자라는 게 드러난 만큼 보다 야당답게 몰아세웠어야 했다"며 당의 무기력증을 비판했다.

◆현인택 통일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한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현인택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노경목/서보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