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자진사퇴로 이명박 대통령의 '거북이 인사스타일'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인적쇄신설이 나올 때마다 사람을 바꾸는 데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발언들을 내놓으며 숙성에 숙성을 거듭했다. 그런 후 막판에 여론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전격 단행하는 양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쇠고기 파문 이후 개각 목소리가 거세게 일자 "세게 훈련했는데 뭘 또 바꾸나(5월9일)" "문제가 있을 때마다 바꾸면 일을 할 수 없다(6월 19일)"라며 부인했다. 그렇지만 결국 6월19일 청와대 수석을 대폭 교체했고,다음 달 7일 3개 부처 개각을 단행했다.

9월 금융위기로 인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팀 교체 목소리가 터져 나왔을 때도 "각 정권 경제장관들이 1년도 못 채우고 바뀐 예가 많다. 신뢰가 중요하다(9월9일)" "(국제회의를)할 때마다 사람이 바뀌면 뭘 알겠나,장관 하나 바꿔 나라가 잘될 것 같으면 매일 바꾸겠다(11월23일)"는 등으로 차단막을 쳤다. 청와대는 개각 직전까지 "국면전환용으로 검토하지 않는다는 게 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개각을 단행,5개월 가까이 이어온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코앞에 두고도 용산 참사 재발 방지가 우선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때문에 한때 유임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스타일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사건 무마형의 인사 관행을 단절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잘잘못을 따져 보지도 않고 분위기 쇄신용으로 해당 부처 수장들에게 책임을 지우게 하면 공무원 조직의 안정성과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 조직을 내편으로 끌어안기 위해선 인사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최고경영자(CEO) 시절의 경험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 본인은 고속 승진 가도를 달렸지만,정작 자기 사람은 챙기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며 "대통령이 된 만큼 자신을 위해 고생한 사람들을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