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달든 전주에서 달든 국회의원은 다 같은 거 아니여."

"대선후보까지 지낸 양반이 지방에 나오는 건 좀 그렇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4 · 29 재보선 출마 결심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주 덕진의 민심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덕진은 정 전 장관이 15,16대 총선에서 연속 최다 득표를 했던 지역으로 그에겐 정치적 고향이다.

지난 4일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정 전 장관이 아직까지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어서인지 "일단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속내는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고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정 전 장관 같은 스타급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쪽이 우세한 편이었다.
진북동 주민 박종순씨는 "어디서 달든 국회의원은 똑같은 거 아니냐"며 "한나라당의 독주를 견제하려면 정동영 같은 거물이 국회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속터미널 앞에서 약국을 하는 김기용씨는 "박근혜 정몽준 같은 한나라당 중진들도 다들 지역에서 3선 이상 하지 않았느냐"면서 "수도권에서 나오면 꼭 당선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고향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택시기사 박경수씨는 "사람들이 타면 정동영씨 출마를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한다"며 "찬성한다는 목소리가 7대3정도로 더 많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의 '세대 교체' 필요성을 주장하며 정 전 장관의 출마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진북동 주민 이수진씨는 "민주당도 언제까지 정동영으로 갈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이제는 젊고 참신한 인물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대생 김경택씨는 "대선 후보까지 지낸 만큼 정 전 장관은 좀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고향에 출마하는 것은 모양새가 안 좋다. 꼭 나가야 한다면 인천 부평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비후보들도 정 전 장관의 출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덕진에는 현재 김양곤 전북대 교수와 임수진 전 농촌공사 사장,한명규 전 전북도 정무부지사,황인택 치과의사가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전주=강동균/박진규/김평정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