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北군부, 수행권력 회복해 득세"

군당국은 2일 북한군이 '남한 전역에 대한 핵 검증과 핵 군축'을 주장한 데 대해 "상투적인 떼쓰기 전술"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 "미국의 핵위협을 청산하기 위한 남(한)핵 폐기가 없는 한 우리의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북핵 폐기는 영원히 실현될 수 없다"면서 "핵무기를 보유한 당사자들이 동시에 핵 군축을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남한에 있는 핵무기를 모두 제거하는 동시에 핵무기를 보유한 당사자들이 동시에 핵 군축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우리 정부가 이미 1991년 12월 한반도 핵무기 부재를 선언한 마당에 북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1991년 공군용을 제외한 모든 전술핵을 폐기하고 전략핵의 현대화 계획도 제한한다고 발표했으며 유럽과 동시에 한반도에 배치된 핵무기를 전면 철수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미국의 전술핵 폐기 및 한반도 핵 철수 방침의 후속조치로 1991년 한반도 비핵화 5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한국은 핵무기를 제조, 보유, 저장, 사용하지 않겠다는 비핵화를 선언하고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주한미군 측도 2005년 7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공식 입장을 천명했다.

당시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연합뉴스 질의에 대해 "주한미군은 지난 91년 이후부터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핵무기를 반입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이 1991년까지 1천720여개의 전술 핵무기를 남한에 실전 배치했으며 아직도 남한에 1천여개의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군이 지난 17일 '군사대비태세 진입' 성명에 이어 이번에 핵 군축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군부의 존재감과 충성심을 과시하려는 행동으로 분석하고 있다.

핵 군축 문제는 외무성이 소관부서인 데도 군부가 나선 것은 내부적으로 충성심을 과시함과 동시에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끌어보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백승주 박사는 "김정일이 와병 상태일 때 군부가 '수행(隨行) 권력'의 공백기를 맞았다"면서 "건강을 회복한 김정일이 군부대 시찰에 나서면서 군부가 수행 권력을 회복해 득세하고 있다"고 말했다.

KIDA의 다른 전문가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미국의 전직 고위관리와 중량급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이 3일 북한을 방문한다"면서 "북한은 이들의 방북을 앞두고 핵 군축 문제를 거론해 핵문제 해결에 따른 '보상 수준'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