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북한 무시론 휩쓸린 징후"

북한이 남북 합의 파기 선언 등 대남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북한 문제가 밀려나는 것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북한을 무시하는 것은 "매우 큰 돈이 걸린 위험한 도박"이라면서 지금은 북한을 무시할 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북한이 남북합의 파기 선언 등 강경 제스처를 취하는 것에 대해 '지원을 요구하는 절박한 외침'이라거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 이후 주의를 끌려는 조치 등으로 평가절하하는 목소리가 있다면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런 북핵문제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논리에 사로잡힌 초기 징후가 있다고 경고했다.

볼턴은 인준 청문회에서 클린턴 국무장관이 북한의 농축 우라늄 제조 프로그램에 대해 확실히 검증된 바 없다고 발언한 점을 지적하면서 클린턴이 이를 인정하기를 꺼리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으므로 이란과 달리 시급하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설정하면서 북한 정권을 압박할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똑같이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지 미첼 중동 특사가 임명 5일 만에 현지에 도착해 이란 핵 문제에 관한 연쇄회동을 시작하고 리처드 홀브룩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도 내주 현지를 방문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나 아직 북한 문제를 전담하는 특사는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볼턴은 북한이 급박한 위험이 아니라는 믿음은 북한이 단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에만 위협이 된다는 '착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면서 시리아 등으로 핵기술을 전파하려는 북한의 움직임 때문에 북핵 프로그램은 이미 중동 긴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북한과 중동 문제가 연관성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면 평양은 물론 이란의 핵개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