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협상 전 南대북정책 조기 전환 압박
南, 의연대응속 한미공조로 '통미봉남' 무력화

북한이 30일 기존 남북간 정치.군사 관련 합의사항을 무효로 하겠다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발표함에 따라 남북관계에 또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성명은 지난 17일 인민군 총 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전면적 대결로의 진입을 선언한데 이은 후속조치로, `말'을 통한 대남 압박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 내용 면에서도 남북관계의 두 축인 `정치.군사적 대결 해소를 통한 평화 구축'과 `교류협력' 가운데 전자를 흔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작년 말 남북관계 차단의 1차 조치였던 `12.1조치'를 예고하고 이행함으로써 교류협력의 축을 실질적으로 흔들었다면 이제는 `평화'의 틀마저 흔드는 행동을 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이제 관심은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를 감행할지와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로 쏠리고 있다.

대남 공식기구인 조평통을 통해 밝힌 이번 입장은 일단 미국 새 행정부에 접근하는 동시에 대남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우리 정부의 정책 전환을 유도하려는 `통미봉남' 전략에 따른 수순으로 여겨진다.

대외관계의 주 전선으로 삼는 대미 담판을 앞두고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현재의 남북관계가 북미관계 진전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조기에 바꿔 놓으려는 의도가 이번 성명에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만큼 북한이 대남 군사적 행동에 나설지 여부도 미국과의 협상 전개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도 서해상에서의 충돌 등으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그것이 대미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신중하게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더해 지난 2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왕자루이 중국 대외연락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정세의 긴장상태를 원치 않는다"고 언급한 마당에 특별한 계기도 없이 긴장 조성 행위를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러나 북미 대화에 앞서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이 길어지거나, 조기에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진전 속도가 지지부진할 경우 북한문제를 미 행정부의 우선 현안으로 올려 놓기 위해 긴장 조성을 시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나 2차 핵실험 등 대미 위협조치를 취하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모종의 명분을 찾아 적정한 선에서 대남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그 경우 매년 3월께 열리는 한.미 합동의 `키 리졸브' 연습 이후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 해역에서의 긴장도가 높아지는 4~6월 꽃게잡이철에 빌미거리를 찾아 긴장을 조성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정부는 일단 의연한 대응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즉각 유감을 표하고, 국방부를 통해 "북한이 NLL을 침범할 경우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 같은 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경제위기 극복이 정부의 최우선 화두인데다 4월 재보궐 선거라는 정치 일정이 있음을 감안할 때 정부가 현 상황에서 남북관계 타개를 위한 대북 행보를 전격적으로 해나갈 가능성은 낮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결국 정부는 대북 경계 태세를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마찰의 소지를 피하는 한편 철저한 한미공조를 통해 북한의 통미봉남 기도를 무력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