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도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한나라당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량 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계약기간 제한을 연장하는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29일 "현재도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숫자가 최고 수준인데 법을 개정하면 비정규직을 확대,양산하는 불행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노사정 간 충분한 논의와 대화 없이 막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단순히 기간만 연장해서는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몇 년 후 똑같은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 의원은 "비정규직 문제는 정부 계획대로 일방적으로 처리될 사안이 아니다"며 "노동계 의견이나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 간에도 입장 차이가 있다"며 "아직 정부의 개정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정이 의원입법 형태로 개정을 추진키로 하면서 당내에서 누가 '총대'를 멜 것이냐를 놓고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법안을 발의하는 의원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임태희 정책위 의장은 "아무도 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발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