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올해의 화두로 `하심(下心)'을 제시했다.

`하심'은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이라는 뜻의 불교 용어로, 정 대표가 설 연휴 기간인 지난 26∼27일 경기도 남양주 금선사에서 머물었을 때 이 절 주지인 홍산 스님과의 대화 도중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산 스님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 사람의 마음을 직관함으로써 부처님의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뜻)이라는 표현을 들어 `하심'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정 대표도 이에 공감했다는 후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대표가 연초 정국 구상을 하면서 정치인이 국민을 바로 봐야 정치를 잘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하심'이라는 표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앞으로 `하심' 행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용산 참사'를 단순히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해서는 안되고, IMF 외환위기 때 힘들어진 사람들, 우리가 보듬어야 할 사람들을 놓쳤다는 점에서 야당도 근본적 성찰을 해야 한다"며 자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야당이 좀 더 열심히 제도적으로 싸웠다면 이번 사태를 미연에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며 "우리도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국민 속에서 화두를 뽑아내고 국민 눈높이에서 근본적 해법을 찾는다는데 방점을 두고 앞으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며 "`MB악법' 저지 문제도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국민적 책임감의 관점에서 접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몸을 낮춰 국민속으로 파고드는 행보를 통해 민심을 얻겠다는 복안으로, 여당에 맞서 싸우는 `선명 야당'을 뛰어넘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대안정당으로서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의지와도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연말연초 입법전쟁 과정에서 탄력을 받은 당 지지율을 공고히 하면서 잠재적 대권주자군으로서 입지를 넓혀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대표가 일자리 문제를 올해의 주요 과제로 정해 조만간 `경제위기 극복 및 일자리창출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직접 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