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자루이 부장과 면담..건강에 문제없는 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와병설이 제기된 이후 처음으로 외국 인사와 접견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23일 평양발 기사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방북 중인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졌다는 와병설이 제기된 뒤 외빈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은 그러나 김 위원장이 왕 부장과 어디에서 만났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를 했는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는 어떤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면담 성사가 김 위원장의 건강이 많이 회복됐음을 알려주는 증거라고 판단하고 김 위원장이 지난해 여름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진 뒤 많이 호전돼 현재로서는 국가 통치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왕 부장이 김 위원장과 만나 북중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고 북·중간 우호의 해로 지정된 올해 각종 행사와 교류를 통한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했다.

소식통들은 왕 부장이 김 위원장에게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에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구두 친서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제기하면서 왕 부장이 김 위원장을 중국으로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했다.

교도통신은 왕 부장이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후진타오 주석이 전하는 신년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대신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외부 인사를 만난 것은 북한이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이 김 위원장에게 적당한 시기에 방중해 달라고 초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관영 언론들은 한국과 해외 언론들의 잇따른 건강이상설 제기에 대해 김 위원장의 현장 시찰 사진을 공개하며 건강 이상설을 일축해 왔다.

김 위원장의 중국 인사 면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20일) 직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미국에 대한 모종의 메시지로도 분석된다.

김 위원장이 외부 인사를 만난 것은 지난해 6월 18일 방북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의 면담 이후 이번이 7개월여만이다.

왕 부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던 2004년 4월과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2005년 2월 등 '중대 사안'이 있을 때마다 그 시기를 앞두거나 즈음한 시기에 방북, 김 위원장과 회담을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김 위원장은 왕 부장이 방북했던 2004년 1월, 2005년 2월, 2008년 1월에 매번 그를 만났기 때문에 이번 방문에도 만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돼 왔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왕 부장이 22일 김영일 총리와 최태복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겸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만나 친선적인 분위기에서 담화를 나눴고 도착 첫날인 2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마련한 연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하는 등 비교적 상세하게 방북 일정을 소개했다.

왕 부장은 최태복 의장에게 "올해는 중.조(중국-북한) 외교관계 설정 60돌이 되는 해"라면서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친선관계는 호금도(후진타오) 총서기 동지와 김정일 총비서 동지의 깊은 관심 속에 끊임없이 강화 발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은 새해 첫날 서로 축전을 교환하면서 양국 수교 60주년을 축하하고 북중 우호의 해 행사를 통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고 다짐한 바 있다.

한편 왕 부장을 포함해 6명으로 구성된 중국 대표단은 김 위원장 면담 이후 춘제 이전에 조만간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