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단행된 개각을 둘러싼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엇박자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당청간 소통부재 현상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개각을 계기로 당청간 의사불통 상태가 위험수위까지 올라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

집권 2년차를 맞아 적재적소에 새로운 인재를 배치,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고사하고 여권 내부에 잠복돼 있던 불만과 냉소만 증폭시켰다는 설명이다.

일단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개각 과정에서 당이 거의 완벽하게 소외됐다는 점이다.

여당 서열 1위인 박희태 대표가 개각 당일까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내 인사의 입각을 건의했다가 사실상 퇴짜를 맞는 모양새를 연출한 것은 당청간 소통부재 현상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른바 당내 실세들도 이번 인사에서 청와대에 대한 소통능력의 한계만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당청간 가교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안경률 사무총장은 개각 발표 직전까지 공개적으로 정치인의 입각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결과적으로 헛물을 켠 셈이 됐다.

또한 이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의원은 지난해 당내 친이직계 일부와 갈등을 빚고 물러났던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차관급인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 전격 발탁된 것을 놓고 "왜 인사를 저렇게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아직까지 갈등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박 전 비서관을 다시 발탁한 것은 당내 친이직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을 고수하고 있는 친박근혜계를 논외로 친다고 하더라도 당내 `우군'(友軍)들 사이에서도 청와대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향후 이명박 정부가 일을 할 여건이 마련되기 힘들 것 같다는 우려섞인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선 당청이 합심해 `이인삼각'(二人三脚) 레이스를 펼쳐야 하지만, 당내 비주류뿐 아니라 주류까지 청와대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호흡을 맞출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을 위해 총대를 메야 할 사람들이 침묵하고 있다"며 "친이계가 비주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선 당내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청와대가 성공적으로 국정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개각에서 당내 전반적인 여론을 반영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박 전 비서관을 재발탁하고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을 유임시키는 등 친정체제를 강화하는데는 성공한만큼 향후 국정에 전념할 수 있는 기본여건은 마련됐다는 것.
이 대통령과 가까운 한 재선의원은 "이 대통령은 철저하게 전문성과 업무위주의 인사를 하지 정치적 의미를 띤 인사는 안하려고 한다"며 "오해받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이 대통령식 실용인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