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공백'…개각폭 확대·시기 빨라질듯
이명박 대통령은 주요 권력기관장 인사 문제를 놓고 지난 주말 내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경찰청장은 일찌감치 김석기 서울지방경찰 청장으로 낙점했다. 그러나 국정원장의 경우 숙고 끝에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누구를 시키느냐가 막판 고민거리였다. 결국 18일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을 선택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사정기관에 배치해 집권 2년차 강력한 '국정 다잡기'에 나서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개각 폭 커지나

청와대는 개각을 설 연휴(24~27일) 이후에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앞당겨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 장관의 국정원장 발탁으로 공백이 생김에 따라 시기가 빨라지고 폭은 중폭으로 넓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마냥 늦출 경우 투서와 루머에 따른 내부 분열 등 후유증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검증작업 등 준비는 거의 완료됐다.

개각의 1차 대상은 경제부처 쪽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선 '시장 신뢰 상실' 등의 부정적인 보고가 올라갔지만 이 대통령의 신임이 깊어 유임설도 나온다. 강 장관이 교체된다면 후임으로는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유력한 가운데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이한구 국회 예결특위위원장이 거론된다. 지식경제부 장관에는 임 의장과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장수만 조달청장,이희범 무역협회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금융위원장에는 김석동 전 재경부 차관,김종창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이창용 부위원장의 승진설도 나돌고 있다. 외교안보 부처 가운데는 김하중 통일장관의 교체설이 우세하다.

◆국정원장 왜 바뀌었나

김성호 국정원장을 교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인선 작업은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주로 보좌하고 인사비서관팀이 실무를 맡아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됐다. 원 장관과 류우익 전 대통령 실장이 막판까지 경합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릴 수 있는 두 사람을 물망에 올리고 세간의 평가를 들었으나 상당수가 부정적인 의견을 전해왔다고 한다. 한때 김 원장을 유임할 수밖에 없다는 기류가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김 원장의 '충성심'과 조직 장악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참모들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이 대통령이 김 원장의 법무부 장관 시절 '친기업 활동'에 감명을 받아 국정원장에 낙점했지만 촛불시위 대처 과정에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고위직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내부 불화를 겪었다는 게 큰 약점으로 작용했다. 국정원장 자리가 정치적 감각과 조직 장악력이 필수적인데 김 원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교체로 굳어졌다. 이 대통령은 조직 장악 면에서 후한 점수를 얻은 원 장관을 내세워 '국정원 개혁'에 고삐를 죄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원 장관이 국정원장에,김석기 서울청장이 경찰 수장에 오른 것은 친정체제 강화와 맥이 닿는다. 두 사람 모두 TK(대구 · 경북) 출신이다. 특히 김 내정자는 경북 영일(포항)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고향과 같다. 김 원장과 어청수 현 경찰청장이 모두 경남 출신이란 점에서 사정기관 권력의 축이 PK(부산 · 경남)에서 TK로 옮겨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