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3월 귀국, 4월 재선거 맞물려 행보 주목

2월초 이후로 미뤄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간 오찬 회동은 역설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위상을 증명했다.

청와대측에서는 박 전 대표와 회동보다는 당 중진들과 편안히 인사나 나누자는 취지로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지만, 세간의 관심은 박 전 대표 참석 여부에 쏠렸다.

그만큼 지난 5월10일 이-박 회동 이후 8개월간 양측간 대화 부재의 무게가 크게 비쳤다는 것이다.

그 공백 끝에 22명의 최고위원.중진 의원 사이에 박 전 대표를 끼워 초청하자, 오히려 박 전 대표의 비중이 확연히 두드러졌다.

일단 박 전 대표는 참석 여부와 관련해 "검토중"이라고만 밝혔다.

주변에선 참석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의 시선은 이제 박 전 대표가 회동에서 입을 열지, 또 회동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로 옮겨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미 지난 5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이 국가 발전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면서 내놓은 법안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는 점도 굉장히 안타깝다"며 쟁점법안 처리 과정을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동에서 2월 임시국회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해 당의 협조를 당부하고 집권 2년차를 맞아 본격적인 국정 드라이브를 걸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법안 강행처리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박 전 대표가 대규모 회동에서 이 대통령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낸다면 오랜만의 회동 분위기가 썰렁해질 수 밖에 없다.

주변에선 예측이 엇갈린다.

한 측근은 18일 "22명이나 들어가서 회동하는 자리인데 박 전 대표가 굳이 입을 열 필요가 있겠느냐. 가만히 앉아있다 덕담 정도만 주고받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 성격상 안 만나면 안 만났지, 일단 자리를 함께하면 할 말은 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문제는 향후 거취다.

극히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난해 박 전 대표의 코드는 `잠행'과 `침묵'이었다.

대선후보 경선 이후 깨끗한 승복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렸지만, 총선 공천 과정에선 친박 인사에 대한 대대적 숙청이 이뤄졌다.

지난했던 친박 복당이 이뤄지기까지 계파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그 영향은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고 있다.

`여당내 야당'으로서 박 전 대표의 침묵이 여론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갖춰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동의 차기 지도자 1위로 꼽히는 박 전 대표가 앞으로도 같은 행보로 일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측근은 이와 관련 "박 전 대표가 여론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이유는 본인 고유의 지지세력도 있지만 주류측에서 패자의 깨끗한 승복에 화답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소수파를 지지한 것"이라며 "국정에 실망한 여론이 지리멸렬한 야당에서도 대안을 찾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어느 정도 반사이익이라는 셈이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이들을 확실한 지지층으로 포섭해야 한다.

위안이 아니라 대안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 대통령에게 힘을 보태든지, 아니면 일정한 대안을 제시하든지, 그도 아니라면 정치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제3의 진지를 구축하든지 이르던 늦던 장기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자신의 입장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도 박 전 대표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한 요인이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오는 3월 귀국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계파간 갈등을 촉발시키는 한 계기가 되며, 박 전 대표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측은 "박 전 대표는 정권을 잡은 측에서 잘 하도록 지켜본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 "아직 시간은 많고, 당분간은 조용히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전 최고위원 복귀에 대해서도 "본인과 주류측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대응을 삼갔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