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이 아니다.

한나라당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세 의원이 최근 여야간 첨예한 논쟁을 불러온 방송법을 두고 뚜렷하게 견해차를 보였다.

당의 소장파로 수구보수의 이미지를 깨려고 좌충우돌하며 주목을 받았던 '남원정'이 각각 4선(남경필)과 3선(원희룡 정병국)의 중진으로 성장하면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지난 17대 국회에서 당내 수요모임의 삼두마차로서 당의 개혁을 외치는 데 한 목소리를 내던 때와 사뭇 다른 상황이다.

우선 정 의원은 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을 맡아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출을 허용한 방송법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반면 원 의원은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방송도 하나의 사회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신문과 대기업에 열어주게 되면 권력이 한쪽에 몰리게 된다"고 방송법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남 의원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방송을 민영화하는 것이 옳다"고 대전제에는 찬성하면서도 "대기업이나 재벌이 중앙 지상파방송에 참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방송법에 대한 입장을 놓고 볼 때 정 의원이 가장 오른쪽에 있다고 한다면 남 의원은 중간, 원 의원은 가장 왼쪽에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핵심 쟁점법안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 것은 각자의 정치적 행보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회에서는 당의 보수적인 이미지 극복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다면, 어느정도 위상이 성장한 현 시점에서는 서로 다른 정치적 승부수를 띄워 각자 활로를 모색해야 할 때다.

특히 지난 2007년 당 대선 경선후보로 나섰던 원 의원의 경우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에 속해 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데 주력, 추동력을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MB측근으로 분류되는 정 의원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를 내리 8년 하면서 형성된 소신이기도 하겠지만 지방선거에서 선출직보다는 당이나 내각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정부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4선의 반열에 오른 남 의원 역시 아직 구체적 행보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정치적 선택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세 의원이 아직 친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과거의 `남원정'은 없어진 셈"이라며 "각자 정치적 지향을 찾아 앞으로 더 뚜렷하게 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