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폭력' 사태로 고발된 야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초반부터 난항을 하고 있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국회에서의 충돌과 관련된 고소ㆍ고발사건 11건에 대해 신속.공정하게 수사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리자 서울 남부지검은 즉각 형사6부(김창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영등포경찰서에 사건을 넘겨 수사 지휘에 돌입했다.

경찰이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문학진 민주당 의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등 3명에게 출석을 통보한 것도 당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고발된 의원들이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일제히 소환조사를 거부함에 따라 이 사건 수사가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지난 5일 국회 사무총장실 등에서 집기를 던지고 욕설을 한 혐의로 고발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기관의 어떤 조사에도 응할 뜻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강 의원은 지난 9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경찰 출석 통보를 받았으나 응하지 않았으며 12일 밤에 유선상으로 통보된 3차 출석 요구도 거부했다.

앞서 지난해 12월2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각각 고발된 민주당 문학진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도 13일로 잡힌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문 의원은 이날 조사에 대해서는 국회 본회의 참석을 이유로 들어 소환을 거부했지만, "국회 폭력에 대해 한나라당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태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어 당분간은 출석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 의원 측은 "조사에 응할지는 국회 폭력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진 뒤에 결정될 것"이라며 "적어도 국회 회기 중에는 경찰에 출석할 계획이 없다"며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이 있다.

이 의원 측도 "국회 파행과 폭력의 근본 원인은 한나라당에 있다.

수사기관의 어떤 조사에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다른 의원의 입을 막는 등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 8일 고발된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 대해서도 소환통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출석을 통보받은 3명의 의원들이 미동도 하지 않는데다 1월 임시국회에 이어 2월에도 국회가 열리게 돼 있는 만큼 이번 수사가 2월말까지 공전을 거듭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이들 의원에 대한 출석 재통보를 검토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수사 계획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는 말로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