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한나라, 민주 '외유의원 9명' 비난 쇄도
"경제 어려운데 회기중 일 안하고 월급 받다니…"

민주당 의원들의 해외 골프외유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12일 매서운 비판이 쏟아졌다. 당장 민주당이 그간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고 강조해온 것에 비추어 볼 때 경제위기 상황에서 의원들의 단체 해외골프는 위선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일부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회사원이 평일날 휴가도 안 내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과 같다"면서 해당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서민정당 앞세울 때는 언제고

먼저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원 9명에 가족까지 방콕으로 놀러가서 생일파티를 하는 것이 무슨 서민을 위한 정당이고,못 사는 사람을 위한 정당이냐"고 말했다. 안경률 사무총장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은 시베리아 벌판에서 벌벌 떨고 있는데 일부 선량들이 따뜻한 남쪽 나라에 가서 생일을 핑계로 골프를 쳤다는 것은 국민 생각과 전혀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공격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남편 생일을 기념하는 자리였다는 외유 의원들의 해명을 꼬집은 것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역시 "민주당 의원들의 외유는 국회 난동사건에 이어 또 한번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한 사건"이라며 "법을 지키는 문제에 앞서 염치와 분별,도덕적 · 윤리적 개념이 결여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며 맹공을 가했다. 이 총재는 특히 "국회 내에 정풍운동 내지는 도덕적 재무장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면서 의원들에 대한 처벌 필요성까지 시사했다.

민주당은 곤혹스런 분위기다. 사실을 전해들은 정세균 대표가 크게 격노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원혜영 원내대표는 "물의를 빚어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최고위회의에서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도 공통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민黨이 해외서 생일잔치…골프의원들 제명하라"
◆해당 의원 처벌 요구 봇물


민주당 홈페이지에는 해당 의원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 등 수백건의 네티즌 의견이 올라왔다. 남종석씨는 "우리 이웃들은 정리해고다,부도다 해서 내일 일을 모르는데 골프 친 의원들을 다 주민소환하고 싶다"면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양심 있는 민주당 동료의원들이 앞장서서 입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학현씨는 "국내 업체들은 부도위기에 전전긍긍하는데 의원들은 생일 잔치를 외국에서 하는 걸 보니 국회의원들은 역시 다르다. 이참에 귀국하지 말고 태국에서 살라"고 말했다. 채수진씨도 "서민들은 몇 달러라도 유출될까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상황에서 한심하다고밖에 못 하겠다. 민주당이 적절한 조치를 하는지 두고두고 지켜볼 것"이라고 압박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도 성명을 내고 "회기 중에 일을 안 하면서 월급을 받는 의원은 흡혈세력과 같다"며 "말로만 서민을 위하고 뒤로는 고급 골프장에서 부당한 돈을 쓰는 의원은 영구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개별 의원의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힘들겠지만 최근 지지율이 반등하던 민주당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국회는 주5일 근무하고 이틀 쉬는 직장이 아니라 회기가 있을 때는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곳"이라며 "법적 근거가 약해 해당 의원에 대한 징계가 있을 가능성은 적지만 이제 기지개를 켜는 민주당 지지율에는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정치컨설팅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도 "현행법상 처벌을 받을 사안은 아니지만 서민정당을 표방한 민주당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정서적인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김유미 기자 autonomy@hankyung.com